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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목사의 소소한 이야기

나에게 외손녀 제인이는 하나님께서 주신 선물이요 은총이고 신비입니다. 이제 만 세살을 지난 제인이와 만나고 함께 노는 일상 생활의 소소한 것들을 글로 적어두면 제인이가 큰 다음에도 사진을 남기는 것보다 휠씬 제인이에게나 나에게 실감이 날 것 같아 섭니다.

이 글을 읽고 혹 나도 그래볼까! 하는 생각이 들면 지체 없이 자녀와 손주와 함께 지내는 소소한 이야기들을 직접 써 보시기를 바랍니다. 자녀와 자손에게 남기는 가장 멋진 유산이 될 겁니다.

소소한 이야기들 ㅡ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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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목사 댓글 0건 조회 63회 작성일 24-01-18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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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ㅡ 앗, 제인아, 위험해 ㅡ


    겨울엔 추워서 갈 엄두를 못 내었다가 봄이 가득해서야 제인이와 홍천 별마당에 왔습니다. 노년에 아내와 함께 살 별마당에는 작은 도서관이 있는데 계단을 세개 올라가는 복층이 난간처럼 있습니다. 제인이는 의기양양 하게 그곳에 올라 가서 폼을 잡습니다.


   ''합빠도 올라오세요. 내가 손잡아 줄께요.''


   엉거주춤 나도 복층 난간에 올라가 앉았습니다.


   ''합빠, 우리 햄버거 만들까?''

   ''그래, 그거 좋겠다. 합빠 손이 빵~''


    내 손바닥에 제인이가 고사리 같은 손을 올려 포개 놓으며,


   ''빵 위에 토마토~''

   ''토마토 위에 불고기''

   ''불고기 위에 양상추''

   ''양상추 위에 달걀 후라이~''

   ''그 위에 모짜렐라 치즈''

   ''그 위에 양파''

   ''양파 위에 파프리카''

   ...

   ...

   ...


   ''그 위에 빵, 합빠, 이제 먹어요. 냠냠~''

   ''합빠, 쥬스는 뭘로 할까요? 오렌지, 포도, 사과, 딸기, 토마토, 파인에플, 불루베리, 다 있어요.''

   ''음~ 합빠는 불루베리 쥬스가 좋겠어.''

   ''잠깐 기다리세요. 얼른 쥬스를 만들어 올 게요.''


    제인이가 순식간에 계단을 내려가 맞은 편에 갔다가 두손을 꼭 쥐고 계단을 올라온다. 그리고 고사리 같은 손을 펴서 나에게 마시라 한다. 나는 조심스럽게 받는 시늉, 맛있게 마시는 시늉을 하지만 진짜같다. ^^


   제인이가 계단을 번개같이 내려갈 때 나는 기겁을 했습니다. 제인이가 그냥 앞을 보고 계단을 내려간 것입니다. 어린 아이가 앞을 보고 계단을 내려 가면 십중팔구 앞으로 굴러 떨어질텐데 어떻게 내려갔지? 싶게 쉽게 내려 갔습니다. 그래도 나는 가슴을 쓸며 복층에서 내려와 제인이와 마주 섰습니다. 눈높이가 딱 맞습니다. 

   

   ''합빠, 우리 공놀이 해요. 저기 공 주세요.''


   나는 비치 공을 집어 가까이 가서 난간 위에 앉아 있는 제인이가 잡을 수 있게 던져 주었습니다. 제인이가 그 공을 다시 나에게 던져 주고 몸을 일으켜 계단을 내려옵니다. 나는 공을 잡고 고개를 드는데 제인이가 계단을 내려서며 앞으로 고꾸라지고 있었습니다. 그 짧은 순간이 내 눈앞에서 정지되었다가 슬로우 모션으로 늘어지는 듯 보였고 내 의식이 재빠르게 앞서 갑니다. 나는 몸을 굽혀 계단에서 한바퀴 돌아 방바닥으로 내동댕이 쳐지는 제인이를 잽싸게 받아 안았습니다. 제인이가 놀란 눈으로 나를 보더니 울음을 터뜨립니다. 나는 제인이를 꼭 안고 다독이며 말했습니다.


   ''우리 제인이 울어도 돼요. 아주 잘했어요. 제인이가 난간을 잡은 팔 힘이 좋아서 한바퀴 돌아서 떨어지는 바람에 합빠가 안을 수 있었어요. 참 잘했어요. 우리 제인이 이제는 울어도 괜찮아요.''


   나는 제인이를 안고 등을 두두려 주며 제인이가 울음을 그칠 때까지 계속 말을 했습니다. 


   ''우리 제인이 팔 힘이 쎄서 난간을 붙잡고 있어서 제인이 몸이 한바퀴 돌아서 떨어지는 바람에 합빠가 우리 제인이가 방바닥에 떨어지지 않게 받아 안을 수 있었어요. 제인이가 짱이예요. 참 잘했어요. 이제 계단을 안전하게 내려 오는 방법을 배우면 돼요. 합빠가 가르쳐 줄 게요.''

   ''합빠, 제인이 계단 내려가는 연습 할래요.''


   나는 제인이에게 계단을 올라갈 때 처럼 양손으로 난간을 잡고 뒤로 내려 오는 모습을 보여 주었습니다. 그리고 복층에서 제인이와 다시 머핀도 만들어 먹고, 햄버거도 만들어 먹고, 제인이는 주문을 받고 쥬스를 만들어 오겠다고, 아이스크림을 만들어 오겠다고, 쿠키를 만들어 오겠다고 배를 복층 바닥에 깔고 첫 계단에 두발을 딛고 두손으로 난간을 잡고 몸을 일으켜 등이 보이게 계단을 내려가는 연습을 수 없이 반복하였습니다. 서른 번도 더 했을 겁니다. 할미가 큰 소리로 부릅니다. 


   ''제인아, 제인아, 저녁 먹자. 합빠하고 같이 와''


   그날 밤, 합빠와 할미 사이에서 잠을 자던 제인이가 잠꼬대를 합니다. 나는 제인이 등을 다독이며 대꾸해 주었죠.


   ''괜찮아, 제인아! 우리 제인이 아주 잘 했어요. 다 괜찮아요!''

 

   ''주님, 고맙습니다! 제가 혹 밤에 잠꼬대 하며 잘 때가 있으면 주님도 제 등을 다독이며 말해 주세요. '괜찮아, 영동아! 다 괜찮아!' 주님도 제게 그리 말해 주세요!''


  (220507 심심 김영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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