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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목사의 소소한 이야기

나에게 외손녀 제인이는 하나님께서 주신 선물이요 은총이고 신비입니다. 이제 만 세살을 지난 제인이와 만나고 함께 노는 일상 생활의 소소한 것들을 글로 적어두면 제인이가 큰 다음에도 사진을 남기는 것보다 휠씬 제인이에게나 나에게 실감이 날 것 같아 섭니다.

이 글을 읽고 혹 나도 그래볼까! 하는 생각이 들면 지체 없이 자녀와 손주와 함께 지내는 소소한 이야기들을 직접 써 보시기를 바랍니다. 자녀와 자손에게 남기는 가장 멋진 유산이 될 겁니다.

소소한 이야기들 ㅡ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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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목사 댓글 0건 조회 61회 작성일 24-01-17 15:37

본문

ㅡ제인이와 설날 지내기ㅡ

 

    오늘은 임인년 설날 아침입니다. 노총각 아들만 집에 있으니 세 식구 설날 아침은 심심 하고 한가하기만 합니다.

     제인이네는 오후 3시 반이 지나서 왔습니다. 제인이가 이방 저방 들어가 불도 켜고 문을 활짝 열면 마법처럼 온 집안이 활기차게 분주해 집니다.

    오늘은 자석 달린 낚시 줄로 물고기를 잡는 놀이부터 시작합니다. 그런데 그것도 잠시 제인이는 외삼촌 방으로 가더니 잠시 뒤에 억울한 표정을 지으며 방문을 활짝 열고 나옵니다.

 

   ''합빠, 삼촌이 내가 차를 망가 뜨렸데요.''

   ''제인이 쥬쥬가 장남감 차를 망가 뜨렸어?''

   ''아니거든요. 내가 부시지 않았어요!''

   ''그러면 삼촌에게 다시 가서 제인이가 장난감 차를 부시지 않았다고 말하렴.''

 

    제인이가 새 힘을 얻었는지 획 돌아서서 삼촌 방으로 달려가며 힘차게 말합니다. 그 모습이 내 눈 앞에 큰 사진처럼 선명합니다

 

   ''촌이, 촌이, 아니거든요. 제인이가 망가뜨리지 않았거든요''

 

   그리곤 양손을 허리에 대고 우뚝 서 있습니다. 그 모습이 웃기고 사랑스러운지 삼촌이 환하게 웃으며 제인이를 안아 무릎에 앉히고 책상 위 모니터에 시크릿 쥬쥬가 나오도록 해 주었습니다.

   30여분 뒤에 제인이가 다시 내게 왔습니다. 할미와 제인이 엄마는 주방에서 저녁 먹을 준비로 분주합니다.

 

   ''합빠, 우리 썰매 타기 해요.''

   ''제인아, 주방이 분주해서 안되겠는데..?''

   ''방에 가서 하면 되요''

   ''너무 좁은데~?''

 

   제인이는 내 손을 잡아 끌고, 나는 요가 매트를 잡아 끌고 안방으로 들어갔습니다. 그리고 매트 위에 제인이를 태우고 침대 아래를 돌아 방문 쪽으로 잡아 끌었습니다. 거리가 아주 짧았지만 그래도 한 순간 타는 재미가 있는 것 같았습니다. 

    한번, 두번, 세번, 매트를 끌어 당기는데 제인이가 매트 앞으로 양팔과 몸을 쭉 뻗어서 엎드립니다. 그 순간 내가 매트를 당기는 속도에 제인이 몸이 쭉 뻗는 속도가 더해지면서 속도감이 두세배 증폭이 되는지 제인이가 소리를 지르며 즐거워 합니다.

 

   ''꺄~악! 재밌다! 합빠~, 재밌어요.''

 

   짧은 거리의 한계를 자기 몸을 던져  두세배 속도감을 높이는 것으로 해결해 낸 유쾌한 제인이의 순발력과 창의력이 하나 되어 빛나는 순간이었습니다. 

   아마 내가 숨을 거칠게 몰아 쉬어설 겁니다. 제인이가 나에게 매트에 앉으라고 하곤 매트를 잡아 끕니다. 당연히  움직일 리가 없죠. 

 

   ''쥬쥬아, 합빠가 너무 무거워서 안끌리지.''

 

    제인이가 환하게 웃습니다.

 

   ''응, 합빠, 그럼, 이번에는 내 차례야!''

 

   제인이는 얼른 나를 일어나게 하고 매트에 앉습니다. 나는 매트를 잡아 끌고 제인이는 양팔을 앞으로 뻗어 몸을 날리고~ 그렇게 세번하면 제인이는 나를 다시 매트에 앉히고 매트를 힘주어 잡아 끕니다. 

 

   ''이번엔 합빠 차례야. 내가 끌게~''

 

   그리곤 이번엔 자기 차례라고 유쾌하게 웃으며 다시 매트 썰매를 탑니다.

    제인이는 합빠 차례가 되면 안끌리는 줄 알면서도 나를 챙겨 꼭 매트에 앉힙니다. 이건 매트가 끌리지 않아도 순서를 지키고 자신의 원칙을 지키는 제인이의 독특한 모습입니다.

    할미가 안방 문을 빼꼼히 열고 얼굴을 들이밈니다. '꺄~~악!' 비명 소리에 그치지 않는 파안대소 웃음 소리에~ 도대체 무얼하고 놀기에 저리 시끄러운지 보러 온 겁니다. 

    제인이가 웃으며 얼른 할미를 밀어내고 방문을 닫습니다. 유쾌한 썰매 놀이는 색색가지 책을 꺼내 징검다리를 만들고 다시 만드는 놀이로 끝이났습니다. 저녁 먹을 시간이 되었거든요.

   푸짐한 저녁을 먹고 과일과 차도 마시고 이제는 세배할 시간입니다. 주방에서 제인이 엄마가 할미에게 넌지시 부탁을 합니다.

 

   ''제인이가 아침에 친가에서 엉덩이를 들고 허리 굽혀 세배를 했는데 그 모습에 할머니 할아버지가 웃으셔서 부끄러워하고 꽁한 마음이거든 그러니 절대 웃지 마세요.'' 

   ''작년 설에 세배 잘 했는데 어린이 집에서 그리 가르쳤나?''

   ''몰라, 제인이 세배 안 한다고 할지도 몰라요.''

 

   세배는 제인이가 앞서서 했어요. 엉덩이 들고 허리 굽혀 한번, 양 손 이마에 대고 납죽 업드려 또 한번 두번을 했지요. 세배 돈은 봉투에 넣어 주었더니 닫아 놓은 봉투를 못 열어서 할미가 대신 열어 주었습니다. 제인이는 봉투 안을 보고 신나게 엄마에게 뛰어 갔습니다. 

 

    ''엄마, 초록 돈이야.''

 

   삼촌에게도 새배하고 세배 돈을 받아 쥔 제인이가 세배 돈을 흔들면서 엄마에게 달려가며 말했습니다.

 

   ''엄마, 엄마! 이건 엘로야!''

 

    밤이 깊어 갑니다. 이제는 제인이가 집에 갈 시간입니다. 싸놓은 짐을 들고 모두 모두 집을 나섭니다. 할미는 음식 쓰레기 봉지를 들고 아파트 현관 문을 지나 어두운 곳으로 나가고 나는 제인이를 안고 지하 계단으로 주차창을 향합니다.

 

   ''합빠, 할미는 왜 깜깜한 대로 가?''

   ''으응, 음식물 쓰레기 버리러 가는 거야.''

   ''합빠, 할미는 무섭겠다.''

   ''아냐, 할미는 어른이라 안 무서워!''

   ''그래도 합빠, 할미는 합빠가 지켜 줘야 해!''

   ''그래, 그래! 우리 제인이 엄마랑 아빠랑 집에 가면 합빠가 할미를 꼭 지켜 줄께!''

 

    나를 넘어 너를 인정하고, 함께 손발을 맞춰 협력하며 살아가야 하는 새 세상은 무엇보다 공감 능력과 배려심이 가득한 곳이어야 할 겁니다. 그런 세상으로 나가기 위해 배려와 공감 능력이 자라가야 하는 어린 제인이가 임인년 설날이 지나기 전에 어둠 속으로 걸어가는 할미가 걱정되어 합빠에게 부탁하는 말을 내 가슴에 새기고 다시 되새깁니다. 

    하여, 나이 칠십으로 늙어가고 늙었다고 함께 살아가는 힘인  배려와 공감 능력이 절대 낡아지게 해서는 안되겠단 결심을 다시 하게 됩니다.

 

   ''제인아, 고맙고 고맙다! ♡♡ 주님, 제인이를 통해 설날에 새로운 과제를 주셔서 참, 고맙습니다!'' ~^^

 

 (220201 심심 김영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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