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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목사의 소소한 이야기

나에게 외손녀 제인이는 하나님께서 주신 선물이요 은총이고 신비입니다. 이제 만 세살을 지난 제인이와 만나고 함께 노는 일상 생활의 소소한 것들을 글로 적어두면 제인이가 큰 다음에도 사진을 남기는 것보다 휠씬 제인이에게나 나에게 실감이 날 것 같아 섭니다.

이 글을 읽고 혹 나도 그래볼까! 하는 생각이 들면 지체 없이 자녀와 손주와 함께 지내는 소소한 이야기들을 직접 써 보시기를 바랍니다. 자녀와 자손에게 남기는 가장 멋진 유산이 될 겁니다.

소소한 이야기들 ㅡ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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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목사 댓글 0건 조회 57회 작성일 24-01-16 10:00

본문

  ㅡ 나는 제인이예요ㅡ

 

    1.

    나는 미끄럼틀 위에 서 있었습니다. 제인이가 재빠르게 미끄럼틀을 타고 내려가 위를 올려다 보며 내게 왜? 자기를 못잡았느냐고 묻습니다.

 

   ''제인이 쥬쥬가 너무 빨라서 못 잡았어.''

   ''그래~?!''

 

   제인이는 다시 계단 쪽으로 뛰다가 눈 앞에 있는 비둘기들을 보고 쫒아갑니다. 비둘기는 종종 걸음으로 바삐 피해 갈 뿐 날아 오르질 않습니다.

    제인이가 돌아서서 미끄럼틀 계단으로 급히 뛰어 오다가 계단 앞에서 그만 신발 한쪽이 벗겨졌습니다.

   그때 제인이 옆을 지나던 아저씨가 제인이에게 신발을 집어 주었죠.

 

   ''나는 제인이에요. 고맙습니다.''

 

   인사를 받은 아저씨가 깜짝 놀라며 제인이에게 신발을 신겨 주었습니다. 그리고 가던 길을 가면서 참 예쁘다며 뒤돌아 보고, 또 한번 더 돌아 봅니다. 

   나는 미끄럼틀 위에서 엉뚱한 생각을 했습니다. 지금이 어떤 세상인데 개인 신상을 공개하나? 제인이에게 앞으론 이름은 말하지 말고 그냥 고맙습니다만 하면 된다고 할까? 하다가 그만 두었습니다. 

   제인이가 누구에게나 ''나는 제인이예요.'' 라고 말할 때마다 하늘에 계신 내 주님도 듣고 계실 겁니다. 이제는 누구에게나 ''나는 영동입니다, 나는 심심인입니다.'' 라고 말하지 않는 나는 기도할 때도 ''영동이 왔습니다. 하나님! 아버지, 저 영동이예요'' 라고 말하지 않은 지가 참 오래 되었습니다.

   ''나는 제인이예요. 고맙습니다.'' 인사하는 외손녀를 미끄럼틀 위에서 내려다 보며 잊혀졌던 나의 갈절한 기도가 생각났습니다.

 

   ''하나님, 저 영동입니다. 아버지, 제발 저를 기억해 주세요.'' 

 

   젊은 날의 치열함 속에서, 청장년의 간절함 속에서, 중년의 절실함 속에서 외쳐 부르짖던 절박함이 생생히 생각났습니다. 다시 '하나님, 영동입니다. 주님, 주님과 서로 하나된 영동입니다.' 간절해질 수 있을까요? 임인년 새해에는 주여! 그리되길 간구합니다.

 

   ''주님, 고맙습니다. 제인아, 참 고맙다!'' ^^♡

 

    2. 

   제인이는 공원에서 어슬렁거리는 서너 마리 비둘기가 마음에 걸리고 쓰이는지 드디어 할미 손을 잡고 비둘기를 향해 뜁니다. 비둘기가 날개를 펴고 날아 올라야 하는데 이런, 할미와 함께 뛰어도 비둘기는 빠른 걸음으로 피할 뿐 날아 오르지를 않습니다.

   이건 아닌데 싶었는지 제인이는 함께 뛸 선수를 교체합니다. 제인이는 할미 손을 놓고 내게 오더니 합빠 손을 잡아 끌며 비둘기에게로 다시 뜁니다. 나는 제인이 손을 잡고 소리치며 요란하게 발을 구르며 뛰었습니다.

 

   푸드드득~ 서너마리 비둘기가 날개를 활짝 펴고 날아 오릅니다. 신이 난 제인이는 다시 자리를 잡고 어슬렁

거리며 거니는 비둘기를 향해 합빠와 함께 와다다다~ 뛰어 갑니다. 깜짝 놀란 비둘기들이 날개를 화들짝 펴고 다시 날아 오릅니다. 갑자기 작은 공원이 추억의 넓은 바닷가를 연상시킵니다

 

   서해안 대천 해수욕장 물 먹은 모래 사장은 딱딱한 마당 같습니다. 그곳엔 갈매기들이 큰 무리지어 길게 늘어서 있었습니다. 제인이는 그 갈매기들을 향해서 우다다다~ 뛰어갑니다. 세살짜리 어린 아이가 뒤뚱대며 뛰어오니 무리 중 갈매기 몇 마리가 옆 자리로 날아 움직이고 다른 갈매기들은 종종걸음으로 길을 내어 줄 뿐입니다.

 

   그날도 제인이는 합빠를 부르고 합빠와 손을 잡고 갈매기 무리를 향해서 우다다다~~ 힘차게 뛰었습니다.

   그 순간 수 많은 갈매기들이 무리지어 날개를 활짝 펴고 하늘로 날아 오릅니다. 사람이 전혀 없는 진흙이 조금 섞여 단단해진 드넓은 모래사장에서 낮게 하늘로 날아 오르는 갈매기 떼는 정말 멋졌습니다. 하늘로 무리지어 날아오르는 갈매기 떼가 아름다운  장관을 연출해냅니다. 제인이는 너무 너무 좋아하며 뛰고 또 뛰었습니다.

 

    ''제인아, 합빠 힘들어 숨차니 그만 뛰자.''

    '' 안돼요. 멋지니까 더 뛰어요. 야~아~~~!!!'' 

 

    그날 어린 제인이의 우다다다~~~ 에 나는 숨이 차서 하늘이 노래지고 죽는 줄 알았습니다. ^^

    오늘도 제인이는 비둘기들이 한 마리씩 뿔뿔이 멀리 흩어지고 난 뒤에야 뛰는 걸 그만 두었습니다. 이제 집에 갈 시간입니다.

 

    ''제인이 쥬쥬야, 우리 아이스크림 사러 갈까?''

   ''좋아요.''

 

    양손에 할미와 합빠의 손을 잡고 공원을 나서던 제인이가 갑자기 걸음을 멈추고 우리를 올려다 보며 말합니다.

 

    ''합빠, 우리 너무 멀리 왔어요. 제인이 힘들어 못 걸어 가요.''

    ''합빠는 제인이가 무거워 못 안고 가는데 어쩌나~  그럼 우리 업고 갈까?''

    ''좋아요. 업고 가요.''

 

    할미가 제인이를 번쩍 안아 내 등 뒤로 올려 놓았습니다. 제인이는 얼른 내 목을 꼭 껴안고 등에 짝 붙어 업힙니다. 평소 제인이 엄마가 제인이를 업어줄 때 그렇게 해야 업어 줄 때 힘이 안든다고 알려 주었기 때문입니다. 제인이는 찬 바람에 언 볼을 내 등에 꼭 밀착 시킵니다.

 

    ''합빠, 따뜻해요!''

 

   그래 그래, 제인아! 오늘 밤 꿈에 나도 주님 등에 업히면 세파에 꽁꽁 언 볼을 주님의 등에 폭 파묻고 주님의 따뜻함을 느껴야지 생각하며 다짐했습니다. ♡

 

  (220123 심심 김영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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