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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목사의 소소한 이야기

나에게 외손녀 제인이는 하나님께서 주신 선물이요 은총이고 신비입니다. 이제 만 세살을 지난 제인이와 만나고 함께 노는 일상 생활의 소소한 것들을 글로 적어두면 제인이가 큰 다음에도 사진을 남기는 것보다 휠씬 제인이에게나 나에게 실감이 날 것 같아 섭니다.

이 글을 읽고 혹 나도 그래볼까! 하는 생각이 들면 지체 없이 자녀와 손주와 함께 지내는 소소한 이야기들을 직접 써 보시기를 바랍니다. 자녀와 자손에게 남기는 가장 멋진 유산이 될 겁니다.

소소한 이야기들 ㅡ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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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목사 댓글 0건 조회 54회 작성일 24-01-15 17:05

본문

       ㅡ 나 왔어 ㅡ

 

    제인이 엄마가 집 열쇠 카드를 가지고 있어서 늘 문을 먼저 열고 들어 옵니다. 현관 안에 들어선 제인이는 뒷짐을 지고 거만하고 당당하게 큰 소리로 외칩니다.

 

    ''나 왔어~''

 

    곧 바로 응답이 없으면 한 마디 더 합니다.

 

   ''합빠, 나 왔어~!''

   ''나가 누구야~?''

   ''나는 제인이라고 해.''

   ''와~우! 우리 시크릿 쥬쥬 핑크 공주님이 오셨네~.''

 

    반갑게 번쩍 안아든 품안에서 몸을 뒤로 제친 제인이가 거만스레 묻습니다. 

 

    ''할미는 어디 있어?''

    ''우리 제인이 맛있는 점심해 주려고 주방에서 요리하고 있어.''

    ''근데 촌이 촌이는?''

    ''삼촌은 제인이 기다리다 조금 전에 방에 들어갔어.''

 

    마스크와 겉옷을 벗은 제인이는 주방으로 가서 할미 품에 안기고 삼촌 방문을 열고 빼꼼히 '나 왔어!' 자기가 왔다는 걸 알리고 자기를 과시하듯 안방에도 들어가 불을 켜고 엄마 방에도 들어가서 불을 켭니다. 그렇게 제인이는 합빠와 할미 집을 접수하고 합빠 손을 잡고, 할미 손을 잡아 끌며 맘껏 뛰어 놉니다.

    이제는 제인이와 집안에서만 놀아도 숨이 차고 심장 박동이 벅찹니다. 제인이와 함께라면 얼마나 활동량이 많은지 특수 부대 유격 훈련을 세차게 받는 느낌입니다.

   흥이 넘쳐나는 제인이가 내 두 손을 잡고 춤을 추듯 빙글빙글 돌면 나는 어지러워 침대나 소파에 나가 떨어집니다. 제인이는 그게 재미 있다고 계속하자니 힘이 들지요. 나는 굳이 체력 단련 운동도 해야 하는데 손녀와 같이 놀면 자연스레 운동도 될테니 힘들어도 열심을 다 합니다. 

    풍선으로 배구도 하고 제인이가 효자 손으로 내가 던져준 풍선을 때리면 야구가 됩니다. 서로 풍선을 배에 넣고 마주 뛰어와 꽝~ 부딪쳐 내가 소파에 나가 떨어지면 배불뚝이 놀이가 됩니다. 그렇게 놀다보면 제인이 엄마가 꼭 한 소리를 합니다. 

 

    ''아빠, 뛰지 말고 살살 하세요. 아랫 층에서 올라 오겠어요.'' ^^

 

    지켜보던 할미가 땀을 흘리며 힘들어 하는 합빠를 구해주느라 제인이에게 숨바꼭질 놀이를 제안합니다. 그제서야 나는 잠시 쉴 수 있었죠.

   숨바꼭질이 시들해 지자 제인이가 키친타올 한 장을 들고 와서 할미에게 살리는 동아줄과 썩은 동아줄 놀이를 하자고 합니다. 

    가을에 경주에 놀러가서 제인이와 한 방에서 자면서 자장가 대신 옛날 '햇님과 달님이 된 오누이' 이야기를 해 주었지요. 제인이가 그 이야기에 나오는 동아줄이 뭐냐고 묻는 겁니다. '끊어지지 않는 굵은 줄이야.' 그런데 왜 동아줄을 잡고 하늘로 올라가던 호랑이만 떨어졌느냐는 겁니다.

 

   ''하나님께서 호랑이에게는 썩은 동아줄을 내려 주셨거든''

   ''합빠, 썩은 동아줄이 뭐야.''

 

   나는 얼른 일어나 방 불을 환히 켜고 화장지 한발과 수건을 가지고 와서 제인이에게 그 끝을 붙잡게 했습니다. 그리고 잡아 당겼죠.

 

   ''제인아, 안끊어지는 수건은 오누이가 타고 올라간 살리는 동아줄이고 이렇게 끊어지는 화장지는 호랑이가 잡고 올라간 썩은 동아줄인 거야.''

 

   제인이는 고개를 끄덕이며 화장지를 한칸 한칸 다 찢으며 즐거워 했습니다. 제인이는 몇 달이 지났는데도 그걸 기억하고 동아줄 놀이를 하자고 한 것입니다. 

   할미가 집에 온 선물을 맷던 붉은 줄을 가지고 와서 살리는 동아줄을 삼고 제인이는 키친 타올을 찢으며 썩은 동아줄 놀이를 시작 했는데 그때서야 할미가 눈치를 챘습니다.

 

   ''제인아, 너 종이 찢고 싶어서 그랬구나.'' 

 

   제인이가 활짝 웃으며 잽싸게 키친 타올을 빼앗으려는 할미 손을 피하며 도망칩니다.

 

   ''제인이 너~''

   ''할미, 나 잡아봐라~''

 

   제인이는 키친 타올을 발기발기 찢어 흩뿌리며 즐겁게 웃습니다.

   이제 제인이가 집으로 돌아갈 때가 되었습니다 제인이가 내 손을 잡아 끌고 안방으로 들어 가더니 날 보고 이러는 겁니다.

 

    ''합빠, 우리 행가레 안한지 오래됐지?''

   ''그래, 오래 됐네.''    

   ''합빠, 제인이가 오랫만에 왔으니 우리 행가레 하자.'' 

 

   행가레는 내가 제인이를 가로 안고 두팔로 제인이를 위로 던져 올렸다 다시 받는 놀이입니다. 제인이 몸무게가 10키로 전후였을 때는 부담없이 했는데 14키로가 넘는 지금은 힘이들어 하지 않는 놀이였는데 손을 잡아 끌며 굳이 말하는 제인이의 요청을 거절할 수 없었습니다.

   혹 떨어질수도 있어서 나는 침대 가까이에서 제인이를 안고 헹가레를 했습니다. 으휴~ 무게감이 장난이 아닙니다. 두번하고 끝이라고 했는데 제인이가 한번만 더 하자고 해서 힘차게 한번 더 행가레를 쳐주었습니다. 제인이는 꺅~ 소리를 치며 즐거워 했고 나는 가쁜 숨을 몰아쉬며 침대에 뻗었습니다. 

 

    ''합빠, 나 집에 간다.''

 

   오늘도 섭섭하고 아쉽지만 이제는 숨이 차서 어서 간다니 잘 됐다 싶은 생각도 듭니다. 이런, 어떻하지? 그럼 안되겠다 싶어서 요즘 나는 아령과 담벨로 팔 근육 강화 운동을 시작했습니다.

 

(211231 심심 김영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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