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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목사의 소소한 이야기

나에게 외손녀 제인이는 하나님께서 주신 선물이요 은총이고 신비입니다. 이제 만 세살을 지난 제인이와 만나고 함께 노는 일상 생활의 소소한 것들을 글로 적어두면 제인이가 큰 다음에도 사진을 남기는 것보다 휠씬 제인이에게나 나에게 실감이 날 것 같아 섭니다.

이 글을 읽고 혹 나도 그래볼까! 하는 생각이 들면 지체 없이 자녀와 손주와 함께 지내는 소소한 이야기들을 직접 써 보시기를 바랍니다. 자녀와 자손에게 남기는 가장 멋진 유산이 될 겁니다.

소소한 이야기들 ㅡ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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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목사 댓글 0건 조회 59회 작성일 24-01-10 17:40

본문

  ㅡ 나는 제인이야 ㅡ

 

   어제 제인이가 엄마 하고 우리 집에 함께 왔습니다. 아빠는 제인이가 올 때까지 집을 보기로 했다네요. 

    제인이 엄마는 제인이 네와 가까이 사는 네째 처제네 찬우 조카가 특별 성과급이 나왔다고 큰 이모부에게도 선물을 하겠다며 가져온 소고기와 스지 10kg을 들고 왔습니다.

    제인이가 온다는 전화를 받고 나는 그 즉시 집안을 쓸고 닦고 집안 청소를 합니다. 그리고 제인이가 오면 이방 저방 숨바꼭질부터 시작해서 일어났다 앉았다를 반복하고, 함께 춤추기를 따라 하고 거의 휘트니스 센터에서 운동을 하듯 땀나도록 함께 놉니다.

    숨차고 힘이 들어 잠시 소파에 길게 앉으면 제인이가 할미에게 묻습니다. 

 

   ''할미, 합빠 왜 저래?''

   ''합빠가 힘들어서 그래''

 

   제인이가 이해 못하겠다는 표정으로 소리칩니다.

 

   ''합빠. 'ㄴㅓ' 일어나!''

    나는 깜짝 놀라 일어났습니다. 얼마 전부터 제인이가 너라는 말을 쓰기 시작했지요.

 

   ''나는 제인이야. 합빠는 너야.''

   ''그래, 그래!''

 

    나는 '나와 너'를 구분해서 나로, 너로 구별해 쓰는 제인이가 기특해서 그냥 그러려니 했습니다. 그랬더니 이제는 ''합빠 너, 할미 너, 엄마 너, 아빠 너~''가 되었습니다.

   제인이가 놀자며 내 손을 잡아 일으키며 나를 데리고 가려다고 깜짝 놀란 표정으로 묻습니다.

 

   ''합빠, 이거 왜 이래~?''

 

   시꺼멓게 멍이든 내 손톱을 보며 제인이가 슬픈 표정으로 말을 합니다.

 

    ''합빠, 어떻게 해? 이거 어떻게 해~?''

   ''으응, 이제 아프지 않아. 다 낫느라 멍이든 거야.''

 

   옥수수 밭 정리해서 옥수수 수확하고, 택배로 보내느라 정신 없이 일을 했는데, 손이야 늘 아픈 거니까 싶었는데 한 주간 일이 끝나고 보니 손 가락에 피멍이 들기 시작하더니 손톱 전체가 새까맣게 되었네요. 

   오래 살아 나도 그러려니 했고, 의사인 아내도 그까짓 거로 죽지는 않으니까! ^^ 무심하고, 아들 딸도 다 무심한데, 이 세상에 온지 이제 40개월밖에 안된 제인이가 깜짝 놀라며 슬픈 표정으로 내 손을 웅켜 잡고 '합빠, 이게 왜 이래? 어떻하지? 이거 어떻하지?' 어쩔 줄을 몰라하니 허~걱! 나도 갑자기 다 나은 손가락이 다시 아파오며 가슴이 짠하고, 눈물이 한방울 찔끔 나오려고 합니다. ^^~

 

   ''제인아, 합빠는 씩씩해서 괜찮아~! 우리 제인이도 씩씩하지!''

   ''응, 제인이도 씩씩해!''

 

   제인이와 동네 아이스크림 가게에도 함께 가고, 놀이터는 비에 젖어 지나쳐 왔지만 외삼촌이 집에 있으니 마주 앉아 장남감 차 서로 밀어 주기 놀이도 하고, 외삼촌 무릎에 앉아 유트뷰도 보고 컴퓨터 놀이도 하며 제인이는 낮잠도 안자고 오후 내내 즐겁게 놀았습니다.

 

   ''할미, 나 내일 또 와도 돼요?''

 

   옆에 있던 제인이 엄마가 재빠르게 대답을 합니다.

 

   ''제인아, 다음 주말에 다시 오자. 내일을 어린이 집에 가야지.''

 

   할미, 합빠가 아무 생각없이 ''그래, 그래!'' 대답해 버리면 내일 아침에 할미에게 간다고 울고~ 불고~ 난리가 난다는군요. 그래서 할미가 제인이 엄마 말에 쐐기를 박았습니다. 

 

   ''우리 제인이 주말에 또 만나자. 내일은 어린이 집에 잘 다녀 와.'' 

 

    제인이가 집에 가겠다고 쿨하게 일어났습니다. 차에 타고 작별 인사를 다 한 제인이가 열린 창문으로 할미에게 고개를 내 밀며 묻습니다.

 

   ''할미, 아빠가 집에서 제인이 기다리고 있겠죠.''

   ''그럼~, 그럼! 우리 예쁜 아가 잘가라!'' 

 

   스르륵 올라가는 차창 너머로 제인이 음성이 사라집니다.

 

   ''할미, 나 아가 아니야. 나는 제인이야!'' ♡  

 

 (210823 心心 김영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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