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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목사의 소소한 이야기

나에게 외손녀 제인이는 하나님께서 주신 선물이요 은총이고 신비입니다. 이제 만 세살을 지난 제인이와 만나고 함께 노는 일상 생활의 소소한 것들을 글로 적어두면 제인이가 큰 다음에도 사진을 남기는 것보다 휠씬 제인이에게나 나에게 실감이 날 것 같아 섭니다.

이 글을 읽고 혹 나도 그래볼까! 하는 생각이 들면 지체 없이 자녀와 손주와 함께 지내는 소소한 이야기들을 직접 써 보시기를 바랍니다. 자녀와 자손에게 남기는 가장 멋진 유산이 될 겁니다.

소소한 이야기들 ㅡ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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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목사 댓글 0건 조회 56회 작성일 24-01-24 16:57

본문

      ㅡ 난 관심 없어 ㅡ


    박순웅 목사가 짓는 옥수수 밭은 내가 짓는 옥수수 밭보다 서너배 넓습니다. 잡초를 뽑고 웃거름을 주러 봉평으로 가는 길에 순웅 목사를 옥수수 밭에서 만났죠. 박순웅 목사는 신발도 벗고 흙투성이가 되어 옥수수 키만큼이나 자란 쇠비름, 명아주를 뽑고 있었고 안 뽑히는 억센 잡초들은 전지 가위로 자르는 일을 혼자 하고 있었습니다. 


   ''며칠이나 해야 해?''

   ''한 열흘은 해야죠. 바쁜 일이 많아서 풀 뽑기가 늦어져 풀이 억새졌어요.'' 


   나는 한 열흘은 해야 한다는 말에 기가 죽었습니다. 나는 길어야 3일, 하루 이틀이 다인데 연이어 열흘씩이나~ 흑~ @,@ 반성이 됐습니다. 이번에 옥수수 밭 풀 뽑는 일은 끝날 때까지 해보자고 마음 속에 다짐을 했습니다.

나는 매일 10시간, 꼬박 5일, 한 주간을 일해야 했습니다.


   첫날, 늦은 저녁 뜨거운 물로 샤워를 하고, 양말을 빨고, 늦은 저녁을 먹고 아들과 서울에 있는 아내와 통화를 했지요. 


   ''제인이는~?''

   ''전화 왔었는데 쳐다 보지도 않고 놀기만 바뻐요. 내가 카톡에 글 남겼으니까 보세요.''


   할미가 제인이와 통화를 하면 제인이가 늘 먼저 할미에게 묻습니다.


   ''할미, 합빠는? 촌이 촌이, 삼촌은 어딨어?''


   나하고 어쩌다 먼저 통화가 되면 제인이는 또 이렇게 먼저 묻습니다.


   ''합빠, 할미는 어딨어? 삼촌이는?''


    오지랖인지 배려심이 깊은 건지? 제인이는 자기 사람들을 직접 다 확인해야 직성이 풀리나 봅니다. 나는 아내가 보내 준 카톡을 열어 보았습니다.


[ 제인이에게서  전화가 와서 합빠는 제인이  주려고 옥수수  농사를 지으러 갔다니까  '난 관심 없어' 해서 나하고 제인이 엄마 하고 웃으니까  '밥을 먹어서 그래. 그럼 한개 만 먹을께' 하네요. 우리 애기가 많이 컸어요.  ㅎㅎ ]


    파 김치가 되도록 힘들게 일하고 왔는데 아니 '난 관심 없'다니~~ 잠시 섭섭함이 밀려 왔는데 그 다음 말에 힘이 불끈 솟으며 큰 힘이 되었습니다. 밥을 먹어서 관심이 없지만 그래도 합빠가 수고 했으니 '그럼, 한 개만 먹을 께' 이런, 이런!


ㅜㅜ ''고맙다. 제인아! 정말 고맙다!'' 


   다음 날도 또 그 다음 날도 나는 하루 열시간을 채우며 닷새 동안 쉼없이 일을 했습니다. 피곤한 내 온 몸에는 배려심 가득한 제인이가 한 말, 그 한 마디가 경주시에 에밀레 종소리처럼 계속 계속 울려 퍼지고 있습니다


   ''그럼, 한 개만 먹을 께''


(220611 心心 김영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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