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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목사의 소소한 이야기

나에게 외손녀 제인이는 하나님께서 주신 선물이요 은총이고 신비입니다. 이제 만 세살을 지난 제인이와 만나고 함께 노는 일상 생활의 소소한 것들을 글로 적어두면 제인이가 큰 다음에도 사진을 남기는 것보다 휠씬 제인이에게나 나에게 실감이 날 것 같아 섭니다.

이 글을 읽고 혹 나도 그래볼까! 하는 생각이 들면 지체 없이 자녀와 손주와 함께 지내는 소소한 이야기들을 직접 써 보시기를 바랍니다. 자녀와 자손에게 남기는 가장 멋진 유산이 될 겁니다.

소소한 이야기들 ㅡ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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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목사 댓글 0건 조회 56회 작성일 24-01-23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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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ㅡ 착한 괴물 ㅡ


    제인이가 3돌이 지나자 TV를 보는 시간이 늘었습니다. 그림판 맞추기가 시들해지자 뽀로로는 TV로 보고, 시크릿 공주 쥬쥬는 외삼촌 무릎에 앉아 아이패드로 봅니다.


   그즈음 제인이는 할미 스카프를 쓰고 공주 놀이에 폭 빠졌습니다. 처음에는 혼자 폼을 잡는 단순 놀이에서 시간이 지나면서 함께 하는 상황극으로 발전한 거죠.


    어린이 집에서 남자와 여자를 배웠는지 아빠와 합치는 남자고, 할미와 엄마와 제인이는 여자라 다 공주랍니다. 공주 놀이에는 무서운 괴물이 필요한데 제인이는 고민이 되는지 아빠 옆에도 가 보고 내 옆에도 왔다갔다 궁리를 하다가 자기 코 닦은 지저분한 가제 손수건을 뭉쳐서 내 머리 위에 올려 놓고선 최선의 선택을 했다는 듯 자신만만하게 말합니다.


   ''합빠가 괴물을 하는 게 좋겠어!''

   ''엥~ 제인아, 합빠는 평생 착한 목사님이야. 착한 목사님이 어떻게 괴물을 하니? 할미 시켜''


   나는 뜻밖이라 너무 억울한 생각이 들어 투덜거렸습니다. 하지만 제인이의 배역 결정은 단호했습니다.


    ''안돼 합빠, 할미는 여자라 공주님이고, 아빠는 출근하니까 합빠가 괴물을 해야 해. 괴물아, 나 잡아 봐라!''


    나는 무섭고 성난 표정으로 제인이에게 달려 들었고, 제인이는 꺅~ 비명을 지르며 할미 품으로 뛰어 들었습니다. 제인이가 환하게 웃으며 내가 뛰어 가느라 떨어 뜨린 코 묻은 가제 손수건을 줏어와 내 머리에 다시 올려 놓으며 재밋다고 또 하잡니다. 나는 느리게 어스렁 거리기도 하고 돌변해 급하게 손을 뻣기도 하며 제인이가 두룬 스카프를 낚아 채기도 하면서 숨이 차게 놀았습니다. 제인이 엄마와 할미는 직색을 하며 아랫 층에서 항의 전화 온다고 뛰지 말라는데 한두번을 조심하지만 금방 비명과 웃음이 가득한 난장판이 됩니다.


   ''제인아, 쉬었다 하자. 합빠 너무 힘들어~'' 

   ''괜찮아 합빠! 그냥 하자. 합빠 땀도 안나네.''

   ''숨이 차다니까. 헥~, 헥~!''

   ''그건 괜찮아 합빠, 그냥 해.''


    참 단순한 놀이인데 온 몸이 움직이는 놀이라 현장감과 현실감에 더해 짜릿한 기쁨과 즐거움이 더욱 배가 되나 봅니다.


    한달 쯤 지나 공주 놀이는 새로운 국면을 맞습니다. 놀이가 업그레이드 된 것입니다. 머리에 썼던 스카프를 목에 들러 매고 손에 쥬쥬 공주의 지팡이 대신  실 매듭으로 묶인 철제 북마크를 든 것입니다. 북마크 몸체를 앙증맞은 손에 쥐고 실 매듭을 돌리면서 주문을 외치는 겁니다. 


   ''그레이트 샷~!''


   내 귀에는 그렇게 들리는데 할미는 그게 아니라고 인터넷에 찾아 보겠답니다. 할미가 그러던지 말든지 놔 두고 일단 '나 잡아 봐' 라고 도망 가던 놀이에서 방어하고 주문으로 공격하는 놀이로 바뀐 겁니다.


   이제는 콧물이 안나니 가제 손수건이 없자 제인이는 공주 놀이를 하자며 벗어 놓은 자기 양말을 내 머리에 올려 놓고 거실 한가운데 우뚝서서 '나 잡아 봐라' 를 외칩니다. 나는 어스렁 어스렁 제인이를 향해 괴물스럽게 닥아 갑니다


   ''그레이트 샷~!''


     나는 비틀~ 총 맞은 것처럼 뒤로 물러났다 가슴을 두 손으로 두드리며 제인이를 향해 성큼 닥아갑니다.


   ''그레이트, 그레이트 샷, 샷, 샷!''


   실 매듭을 빠르게 돌리며 팔을 뻗어 강력한 주문을 쏟아냅니다. 나는 이리 비틀, 저리 비틀 쓸어질듯 뒤로 물러섰다가 제인이를 바라보며 몸을 바로 세우며 큰 폼으로  우뚝 서서 큰 소리로 외치며 제인이에게 달려 듭니다. 


   ''쥬쥬 공주님 잡아 갈거야.''

   ''꺄~~~악!''


    당황해서 얼굴색이 바뀐 제인이가 기겁을 해서 간발의 차이로 할미 품에 뛰어 들었습니다. 그래도 내가 닥아서자 제인이가 놀라 할미 품에 더욱 파고 들고 할미가 웃으며 손을 내저으며 말합니다.


   ''저리 가요!''


   나는 뒤로 주춤거리며 물러나다 꽈다당~ 넘어집니다. 제인이가 할미 품에서 고개를 돌려 보면서 즐거워합니다. 그렇게 한 회가 끝나고 다시 공주놀이가 시작됩니다. 


    나는 무릎 담요를 가슴에 두르고 쥬쥬 공주의 지팡이 주문 공격을 무력화 해서 제인이에게 뚜벅뚜벅 걸어 갑니다. 생각지 못한 상황에 당황한 제인이가 엉거주춤 하는 사이에 내 손이 제인이를 잡을 듯 가까이 갔습니다 제인이가 재빠르게 내 손을 뿌리치고 할미에게 뛰어 갑니다.


   ''할미, 할미 공주님!''


   나는 아랑곳하지 않고 재빠르게 제인이를 따라 잡았고 할미 품으로 뛰어 드는 제인이를 낚아 채어 안아 올렸습니다. 뜻밖의 상황에 놀란 제인이가 외마디 소리로 할미를 부릅니다.


   ''할미, 도와주세요. 할미 공주님~!''


   할미 공주님이 다급하게 무거운 몸을 일으켜 제인이를 안고 식탁을 지나 주방을 향하는 나를 따라잡아 얼른 제인이를 채갑니다. 할미에게 안겨 안도하며 환하게 웃으며 거실로 가는 제인이는 온 세상을 다 가진 행복한 아이입니다. 나는 제인이와 노는 게 참 재미 있습니다. 그러니 제인이도 합빠와 노는 게 정말 재미 있을 겁니다. 


   ''합파, 또 하자!''


   할미가 투덜거립니다.


   ''할미 일어나기 힘들어 다른 거로 해.''


   어느덧 제인이가 4돌이 지난 지 3달이 다 되갑니다. 이제 제인이는 더 이상 공주 놀이를 하자고 하지 않습니다. 굳이 세상에서 가장 착한 괴물일 거라고 내 자신을 위로 했던 괴물 역활도 이제는 희미해지는 옛 기억이고 흐믓한 옛 추억이 되었습니다. 


   요즘도 제인이는 할미 품에 꼬옥 안기기를 좋아합니다. 방문 인사도 집에 가기 위해 작별 인사도 할미와는 꼭 품에 안겨서 합니다. 가끔은 뜬금없이  할미 손을 고사리같은 두손으로 꼭 잡고 자기 볼에 대고 몸서리를 치며 그러는 겁니다.


   ''난 할미가 좋아!''


   이 모습은 내가 이 세상에서 제일 부러워하는 모습입니다. 나는 아무리 착해도 괴물은 괴물이니까요. 그러나 나는 공주 놀이에 괴물이라도 배역을 맡아 등장하는 것으로도 만족합니다. 내게 배역을 준 제인아, 참 고맙다! ♡


(220623 心心 김영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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