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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목사의 소소한 이야기

나에게 외손녀 제인이는 하나님께서 주신 선물이요 은총이고 신비입니다. 이제 만 세살을 지난 제인이와 만나고 함께 노는 일상 생활의 소소한 것들을 글로 적어두면 제인이가 큰 다음에도 사진을 남기는 것보다 휠씬 제인이에게나 나에게 실감이 날 것 같아 섭니다.

이 글을 읽고 혹 나도 그래볼까! 하는 생각이 들면 지체 없이 자녀와 손주와 함께 지내는 소소한 이야기들을 직접 써 보시기를 바랍니다. 자녀와 자손에게 남기는 가장 멋진 유산이 될 겁니다.

소소한 이야기들 ㅡ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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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목사 댓글 0건 조회 55회 작성일 24-01-22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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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ㅡ앗, 제인이가 사라졌네ㅡ


    제인이가 둘째날 저녁에는 엄마하고 자겠다고 하더니 오늘 밤에도 할미와 합빠 옆에서 옛날 이야기를 들으며 잠이 들었습니다. 오늘 하루가 피곤했는지 제인이는 9시쯤 잠이 들었습니다. 아닙니다. 할미가 먼저 잠이 들고 합빠가 잠이드니 제인이도 잠이 들었을 겁니다. 어린 생명이 숨을 쉬며 곁에 있는 것 자체가 참으로 가슴이 떨리고 설레는 생명의 신비입니다.


   우리가 자는 방문 위엔 보통 큰 건물 복도에 흔히 켜 있는 사람이 걸어가는 모습이 담긴 녹색 비상등이 켜 있습니다. 어둠에 익숙해진 눈에는 제법 밝은 빛입니다. 


   나는 새벽 2시 경에 잠이 깨어 화장실엘 다녀 왔는데 잠자리에 제인이가 안보입니다. 가슴이 철렁 내려 앉았습니다. 몇 가닥 남지 않은 머리카락이 하늘을 향해 주삣 솟구치고 나는 혹시 제인이가 요 옆으로 떨어지거나 위로 딩굴어 갔나 싶어 자세히 보았지만 없습니다. 


   이런, 이런! 나는 제인이가 자다가 엄마 옆으로 갔나 싶어서 제인이 엄마가 자는 침대도 살폈습니다. 없습니다! 심장이 마구 뜁니다. 도대체 제인이가 어디로 사라진 거야?


   잠이 확~ 깨었습니다. 나는 번쩍 든 정신을 두 눈에 모아서 천천히 잠자리를 살펴 보았습니다. 분명히 제인이가 없습니다. 제인이 엄마 침대에도 제인이는 없었습니다. 도대체 어디로 사라진 거야?


   나는 방문 옆 벽으로 가서 실내 등을 켰습니다. 눈이 부신지 할미가 고개를 들고 샛눈을 뜬 체 묻습니다.


   ''왜 그래요? 무슨 일이 있어요?''

   ''우리 제인이가 없어졌어! 깜쪽같이 사라졌어!''

   ''사라지긴 어디로 사라져요? 제인이 여기 있는데~''


   할미가 덮고 있던 이불을 제치자 제인이가 할미 품에 꼭 안겨 자고 있는 겁니다. 이럴 수가 있나? 제인이는 덥다고 이불을 거의 덮지 않고 잡니다. 온 방을 굴러 다니며 잡니다. 자다보면 발 밑 방바닥에서 자고 있어 안아 누이고, 머리 맡 맨바닥에서 자서 안아 누이는 그런 제인이가 할미 품에 안겨 이불을 폭 덮고 자고 있었으니 안보였던 겁니다. 할미 품도 제인이 엄마 품처럼 제인이와 하나인가 봅니다. 휴~으! 제인이를 찾았으니 참 다행입니다.


   나는 놀란 가슴을 진정 시키고 자리에 누었습니다. 이번엔 깜쪽같이 잠이 사라졌습니다. 나는 제인이 쪽으로 돌아 누었습니다. 제인이는 할미 품에서 나와 이리 딩굴 저리 딩굴 하면서 잠을 잡니다. 할미가 이불 끝으로 배를 덮어주니 제인이가 자면서 이러는 겁니다.


   ''이거 치워~''


    할미가 깜짝 놀라 덮은 이불을 치워줍니다. 나도 고개를 들고 제인이를 보았지만 제인이는 여전히 깊은 잠에 빠져 있습니다. 


    오늘도 제인이는 자면서 꿈을 꾸는지 종알종알 또렷한 잠꼬대를 합니다. 내가 제인이 손을 잡고 대꾸를 해주니 금방 조용해 지더니 무엇을 하는지 내 손을 잡고 고사리 같은 열 손가락을 오무락 조무락 거리며 잘 놉니다. 아기에게 꿈은 꿈조차 생생한 현실인가 봅니다.


   그래도 나는 잠이 오지 않아 잠자는 제인이를 보고 있었습니다. 제인이가 반바퀴를 돌더니 두발을 내 배 위에 올려 놓고 잠을 잡니다. 할미 다리보다 너무너무 가벼워 좋습니다. ^^


    다시 제인이가 딩굴어 도니 내 품에 가깝게 다가 섭니다. 나는 내 숨이 제인이에게 못가게 .고개를 돌려 숨을 쉽니다. 그러다 제인이가 몸이 가려운지 옷을 훌러덩 까고 배를 긁습니다. 나는 얼른 옷을 내려주고 조심스럽게 옷 위로 제인이 배를 긁어 줍니다. 그러다 내 손이 그만 가슴 가까이 갔는지 제인이가 까르르 웃습니다. 나는 아기란 자면서도 웃을 수가 있네 싶어 방심을 했는지 내 손이 배를 지나 옆구리 쪽으로 갔는데 제인이가 몸을 딩굴리며 눈을 감은 체 다시 까르르 웃습니다. 원 세상에나~ 잠도 꿈도 아기에게는 생생한 현실이 맞습니다. 


   잠을 깨고 자세히 보면 어린 아기가 잠을 자는 모습은 그 자체만으로도 따뜻하고 평화롭고 경이롭고 신비하기만 합니다. 주님, 참, 참, 참 고맙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슬픈 생각이 떠 올랐습니다. 치열한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의 어린이들은 어떤 꿈을 꾸며 고통스럽고 슬픈 잠을 자고 있을까요? 부모를 잃고, 형제 자매를 잃고, 너무 가슴이 저리고 아픕니다. 주님, 이제는 한동안 품위 있고 고상한 기도를 못드리니 용서해 주십시오. 요즘 제 기도는 길지도 않습니다. '제발 전쟁광 푸틴 좀 데려가 주세요.' ㅠㅠ


  (220508 心心 김영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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