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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4년 『풀과별』이란 월간시지에 권정생선생이 쓰신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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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댓글 0건 조회 623회 작성일 18-11-18 1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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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의 시단기상도

-외로우나 보람 찾으며-

                                                                                                                                                                                                4e8afe6465171c8bd68afe57264d38b4_1542515835_117.jpg
권정생

 

중앙 집중적인 문학 풍토 속에서 지방의 문학활동은 여러모로 많은 어려움을 안고 있다.

도대체 중앙이고 지방이고 하는 말들이 적어도 문학에 있어서는 우수운 말들이다,어디서 하든 문학이란게 안될 것 없으니 말이다.

도대체 중앙문인이 따로 있고 지방문인이 따로 있는지 알 수 없다.소위 중앙문단이란게 지방 사람들이 서울로 몰려들어 형성된 것일법도 한데, 고향을 떻다하면 고향은 숫제 잊어버리고 지나친 선민의식에 사로잡혀 있으니 한심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무분별한 사람들의 이농으로 농촌이 비듯이 무분별한 문인들의 무작정 상경으로 시골이 흘빈해진다.

그러나 ,그런데로 향토의 문학은 잘돼가고 있고 따뜻하게 발전되고 있다.

각 지역마다 그 지역 특유의 문학기류가 있겠지만 이곳 안동은 안동 나름대로 독특한 기상도를 형성하면서 요 근래에 와서 괄목할 만한 활동을 보이고 있다.

예부터 추로지향이라 일컬어진 안동은 일찌기 퇴계 이황 등의 학자들이 나와 역사상 가장 많은 문사들이 배출된 곳으로 유명하다. 일제시대에는 육사 이활 등의 애국문인열사들이 나와 암흑기의 이 나라 문단에 횃불을 들어 압박에서도 결코 굴하지 않는 작가정신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이렇듯 오랜 문화적 전통은 한동안 그 명맥조차 귾어져 기나긴 침체를 보여 이렇다 할 활동을 보지 못하였다.

그러면서도 이곳에서 직접적인 활동을 하지는 않았지만 몇몇 안동출신 문인들이 경향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었으니,시인 김종길.석용원.이윤호.김용진. 제씨 와 수필가 김시헌.이화진.,평론가 김용직 제씨들이 그분들이다.

그리고 한때 안동에 살았던 문인들로는 시인 박종우신세훈소설가 성학원 제씨들이 있다.

특히 박종우씨는 안동에서 오래 교편을 잡으면서 고등학생들로 구성된 맥향문학동인회를 결성, 지도하여 침체된 이곳에 활력을 불러일으켰다.

맥향문학동인회가 결성된 해가 1958, 그동안 이렇다할 문학활동이 없었던 이곳에 참으로 오랜만에 비록 학생들에 의해서지만 오랜 잠에서 깨어나게 되었으니 실로 이맥향의 출발은 안동의 문학사로 봐서 큰 의의를 지니고 있는 것이다.

그당시 고향은 의성이나 안동에서 학교를 다닌 신세훈씨와 안동출신의 김용진씨가 초창기 맥향의 맴버로 활약한바가 컸다.

이렇게 한번 일기 시작한 문학열은 대단한 의욕을 불러 일으켜 학생의 가난한 주머니를 털어 매년 연례행사로 현충일을 맞아 전몰용사추모문학제」 「시화전」 「문학강연회등을 활발히 개최하였다.

맥향창립 1주년을 맞은 59년의 문학의밤 행사때는 학생들의 힘으로 시인 모윤숙씨를 초청하는 등 의욕이 대단했다.

고고시절에 맥향맴버로 활동한 사람들 중에는 신세훈, 김용진, 김성영, 신승박씨 등이 시단에 나와 활동하고 있다.

특히 신승박 씨는 고교 2학년 시절에 시집별밤에(61)를 한하운씨 주선으로 발간하여 문단에 비상한 관심을 불러일으킨바 있다.

그러나 모처럼의 맥향활동도 1966년까지 활동하다가 해체되어 또 한번의 침체기를 맞게 되었다.

맥향의 해체이하 34년의 공백기를 갖으면서 이것을 안타까워 한 이곳의 젊은 문학도들은 뭔가 새로운 계기를 만들어 보려 애쓰기 시작하였다.

그래서 몇 년간의 침체 뒤에 결성을 본 것이 글밭동인회.69년에 출발한 글밭은 학창시절에 맥향맴버로 일했던 변호섭, 조병국, 김성영, 임명삼, 임병호등에 의해 결성되어 안동을 중심으로 영주, 봉화, 예천등지의 문학동인들의 참여를 보았다. 글밭은 창립과 함께 동인지 발간에 주력하여 69년에 동인지 글밭창간호를 발간, 현재 6집까지 냈다.

사실상 안동의 문학활동은 이 글밭의 활동을 전후해서 활발 해졌다고 할 수 있다. 글밭에서는 동인지를 내는 한편, 중앙에서 활동하고 있는 문인들과 교류하는 풍토를 만들기 위해 702월에 이곳에서는 처음으로 전국적 규모인 안동문학제전을 개최하였다.

이 행사에는 김종길, 이가원 제씨등 안동출신 문인학자들이 거의 고향을 찾아오는 기회가 되었고 향토 문학활동의 현실을 서로 이해하는 계기가 되었던 것이다.

70년을 전후해서 글밭에서는 이오덕(아동문학)김주영(소설)박시교, 김현(이상시조)권정생(아동문학)김성영()등이 신춘문예나 문학전문지를 통해 문단에 데뷔하여 가장 풍성한 활동상을 보여 주었다.

719월에는 글밭이 모체가 되어 한국문인협회 안동지부가 설립됨으로서 본격적이면서도 유기적으로 중앙과 지방의 활동을 상호교류하는 기구를 갖게 되었던 것이다.

이 문협지부의 결성에는 그해 안동을 문학강연차 방문한 자철양명문이호철제씨들의 협력이 컸었다.

문협지부의 초대지부장에는 안동교대의 이동희교수가 맡았고 그 후임을 김주영씨가 역임하면서 문예지안동문학을 창간(72) 어느 지역에서도 볼 수 없는 의욕적 활동이 계속되었다. 안동문학73년에 제2집이 나오기 까지는 김주영씨의 노력과 출혈이 컸고 몇몇 독지가의 성원도 얻을 수 있었다. 74년부터는 시인 김원길씨가 지부장에 선임되어 정기적 문예강좌개최 등을 전개했고 얼마전 이석구씨가 후임으로 안동문학3집 발간을 서두르고 있다. 한편 지난 봄에는 그간 명맥이 끊어졌던 맥향문학동인회가 이곳 고등학생들에 의해 재발족되었으며 7월에는 학생문예작품집인 맥향1집을 발간하였고 글밭에서는 제7집을 발간을 서두르고 있다. 이와 같이 안동은 오랜 침체를 벗고 옛날의 빛나는 전통을 되살려 금일에 와서는 기성은 물론중고등학생에 이르기까지 문학하려는 자세와 열의가 대단하며, 이러한 자세는 바람직한 문학풍토와 분위기를 조성하여 가고 있는 것이다.

현재 안동에 정주하여 작품활동을 하고 있는 문인으로는 김주영김원길권정생신승박씨 등이 있으며 얼마전에 이오덕씨는 봉화지방으로, 김시백(시조) 김현박시교김성영 등은 서울로 직장을 옮겨갔다.

또한 73년에는 이오덕씨가 아동시이론을 출간하여, 이때까지 발표된 많은 동시이론과는 전혀 새로운 각도에서 새로운 아동시의 이론을 전개하여 상당한 물의를 일으킨 바 잇다. 올해 들어서는 김원길씨가 그의 첫 시집개안을 출판하였고, 이어서 김시백씨가 그간의 발표작품을 결산하여 첫 시조집 추강산조를 출간하여 많은 관심을 모으고 있다.

한편 방계문학소재발굴의 일환으로 원형을 잃어가던 하회가면극을 복원계승하기 위해 이곳의 하회가면극회에서는 본격적인 연구에 착수하여 상당한 진전을 보이고 있다.

이와같은 수 많은 문학적 소재 속에서 살고 있는 이곳 문학인들은 앞으로도 많은 연구를 거듭 해야할 무거운 숙제를 안고 있는 것이다.

지방에서의 작품활동은 여러 가지면에서 어렵고 외로운 실정이다.

그러면서도 이렇듯 건실하게 작품을 발표하고 스스로의 활동풍토를 조성해 가고 있음을 실로 다행한 일이라 하겠다. 이것은 어디까지나 인정으로 서로가 위로하고 협력해가는 가운데 어느곳 부럽지않은 문학의 땅을 만들어 가고 있는 것이다.

 

 

이글은 1974년에 발간된 풀과별이란 월간시지 지방시단순례란에 권정생선생이 쓰신 안동의 시단기상도를 2018. 1118일 파일로 옮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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