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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5년 새싹문학회 윤석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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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관리자 댓글 1건 조회 248회 작성일 21-05-05 1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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똘배어린이문학회님의 댓글

똘배어린이문학회 작성일

안녕하세요. 권정생 일대기 《작은 사람 권정생》을 쓴 이기영입니다. 사진에 대해 설명을 붙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글을 씁니다.


1995년 권정생 선생님의 장편 동화 《하느님이 우리 옆집에 살고 있네요》가 제22회 새싹문학상 수상작으로 결정되었습니다.
권정생 선생님은 받지 않겠다고 하였습니다.
그러나 새싹회 회장이었던 윤석중 선생님이 안동 권정생 선생님 집에 방문하셔서 상장과 상금을 수여하셨습니다.


이 사진은 그때 사진이군요.


산문집 《우리들의 하느님》에 실린 <효부상을 안 받겠다던 할머니> 중에 권정생 선생님이 상을 받지 않으려 한 까닭을 쓴 글이 있습니다.
책에서 전문을 읽어보시길 바라며 일부분만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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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5일 아마 우리집이 생기고 제일 많은 손님이 왔을 것이다. 무슨 문학상을 받는다고 이곳저곳 신문에 나자 축하하려는 손님과 무슨무슨 기자님들이 온 것이다.
그런데 상을 받으면 기뻐야 할 텐데 벌을 받는 것만큼 괴로웠던 건 무슨 이유일까?
상패를 가지고 서울서 일부러 내려오신 윤석중 선생님께는 대단히 죄송한 일이지만 나는 하나도 고맙지도 않고 기쁘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버릇없게도 여든다섯 살이나 되는 어른께 나는 항의 비슷한 내 마음을 솔직히 말씀드렸다.
이야기 내용은 이랬다.

(줄임)

정말이지 영천댁이 살아온 칠십 평생은 그 어떤 상으로도 위로받지 못할 것이며 오히려 잊고 살았던 지난날의 고통만을 새삼 일깨워준 셈이 된 것이다.
혼례는 친정집에서 치르는데 영천댁의 남편이 그 혼례를 치르고 나서 거기서 죽었으니 신부에게는 그토록 가혹한 운명이 또 어디 있겠는가. 죄인 아닌 죄인으로 형벌처럼 살아온 평생을 열녀상 한 장으로 무얼 어떻게 한단 말인가. 영천댁 할머니에겐 그 상이 도리어 또하나의 형벌이 될 수도 있었을 것이다.

나는 윤석중 선생님께 덧붙여 말씀드렸다.
우리 아동문학이 과연 어린이를 위해 무엇을 했기에 이런 상을 주고 받는가. 차라리 우리 아동문학만이라도 상을 없애자고 했다.
윤 선생을 모시고 따라왔던 수녀님 두분과 정00 선생과 노00 선생이 내가 한 말에 화를 낸 것도 무리가 아니다. 내 편에서 화가 나 있는데 상대방이 화를 안 낼 수 있겠는가.
어쩔 수 없이 나는 윤 선생님이 주시는 상패를 어정쩡하게 받았지만 이 상을 보관해둔다는 건 영천댁의 열녀상만큼이나 내게는 형벌이다. 이래저래 생각하다가 결국 닷새 뒤에 상패와 상금을 우편으로 되돌려드리고 나니, 윤 선생님께는 미안했지만 한 짐 졌던 짐을 덜어놓은 기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