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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모의 정

弔詩 - 조영옥(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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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댓글 0건 조회 1,625회 작성일 11-02-25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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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가시는 그 나라에는

 

                                                                  조영옥

 

 

선생님

권정생 선생님!

이쁘게 화장하시고

환한 삼베 옷 입으시고

검둥 고무신 빌뱅이 언덕 댓돌 위에 놓아두고

예쁜 꽃버선 갈아 신고

선생님 훨훨 떠나시네요

1년만 벗었으면 소원이 없겠다던

그 옆구리 평생의 오줌보

벗어 던지시고

처음으로 가벼운 몸이 되어

선생님 떠나시네요.


그래도 선생님 너무 하시네요

어찌 그리 황망히 가신답니까

아무리 다음 세상이 기다려진다해도

아무리 더 건강한 남자로 태어난다 해도

스물 다섯 남자로 스물 셋 여자와 결혼하고 싶다 해도

그렇다고 그렇게 바삐 떠나십니까

무덤덤 일만 하시지만 너무도 가슴 아픈 정신부님

출판사 차리면 글 써 주신다고 약속하신 우리 상학이

찾아오지 말라고 박절하게 말씀해도

우물쭈물 찾아들던 그 많은 친구들 생각지도 않고

그렇게 떠나십니까?


가난하여 베풀 수 있었던 당신의 삶

삶이 고단하여 맑을 수 있었던 당신의 삶

닮고 싶어서 찾아가고

배우고 싶어서 찾아 들었지만

살아 생전 잘 모시지 못한 채

선생님 떠나보내고 남은 우리

죄인이 되어 가슴을 칩니다

가족은 가족대로

친구는 친구대로

당신의 고독과 고통에 힘되지 못한 죄밑으로

통곡을 하고 가슴을 칩니다.


그러나 선생님

이제 선생님 가시는 그 나라에는

그립고 그립던 어머니 계시겠지요

먼저가신 이오덕, 전우익 선생님 계시겠지요.

전쟁도 없고 병든 이도 없고

굶는 아이도 없겠지요

자동차 부릉부릉 타고 환경운동한다고 애타하던

그런 사람 없겠지요

가난한 자 외면하고 제 욕심만 차리는

나쁜 경영인 정치인 없겠지요

골프장 만들어 내 동네 더럽히는

그런 사람 없겠지요.

선생님 가시는 그 나라에는

평화와 사랑이 넘치겠지요

남쪽 아이 북쪽 아이 어울려

덩실 덩실 통일의 춤 추겠지요

아이들의 웃음과 노래가 꽃비 되어 내리겠지요

아! 선생님의 웃음 같은 착한 어른들이

세상을 아름답게 만들고 있겠지요


세상에 온 듯 그렇게 아무 것도 갖지 않고

강아지 똥처럼 온 몸을 녹여

우리들 가슴 속에 스며든

환한 5월,

눈이 부셔 우리는 웁니다

선생님  가시는 그  민들레  길이  눈이 부셔

우리는 마냥 웁니다

선생님

권정생 선생님!

편히 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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