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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모의 정

추모의 편지- 황수정(일직초등학교 6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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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댓글 0건 조회 1,985회 작성일 11-03-03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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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정생 선생님께

 

 

 


선생님, 안녕하세요? 이곳은 선생님께서 3년 전에 이 땅을 떠나실 때처럼 아름다운 꽃이 한창인 5월의 봄입니다. 선생님께서 계시던 빌뱅이 언덕에도 꽃이 활짝 폈어요. 학교를 오고가다 빌뱅이 언덕이 보이면 선생님이 생각나요. 선생님께서 지으신 ‘강아지똥’과 ‘몽실언니’를 비롯한 많은 동화를 아주 감동깊게 읽었거든요.

비록, 선생님을 만나보지는 못했지만 인터넷상으로 만나본 선생님 얼굴은 제 할아버지처럼 아주 인자하게 생기셨습니다. 선생님께서 우리 일직초등학교의 선배시라는 사실을 알고는 더욱 친근하게 느껴집니다.

선생님의 첫 당선작이 ‘무명저고리와 엄마’라는 작품이라고 알고 있어요. 마지막 그림동화책 ‘엄마 까투리’를 읽어보았어요. 첫 당선작품과 마지막 작품이 모두 엄마에 대한 이야기네요.  그 온몸에 불이 붙어 살이 타들어 가는데도 불구하고 새끼들을 지키려는 엄마의 모성. 정말 아름다운 이야기입니다. 엄마 까투리를 읽으면서 다시 엄마에 대한 사랑을 깨닫게 되었어요.

선생님, 감사합니다. 자연의 아름다움을 알게 해주셔서. 하찮다고만 생각하던 똥, 그리고 들꽃들. 저도 자연의 일부분인 것을 모르고 소중한 것들을 무시하고 밟았어요. 강아지 똥에서 “하나님은 쓸데없는 물건은 하나도 만들지 않으셨어. 너도 꼭 무엇엔가 귀하게 쓰일 거야.”라는 말이 인상 깊었어요. 아무 쓸모없고 버려지는 강아지 똥도 소중히 여겨주신 선생님, 작고 하찮은 들꽃들도 아껴 주신 선생님. 지금쯤 빌뱅이 언덕에는 선생님을 생각하는 들꽃들이 피어있겠죠?

선생님의 동시 중에서 ‘얘들아 우리는’ 이라는 동시. 남북한을 사랑하는 선생님의 마음씨가 이 동시를 더 아름답게 하는 것 같아요. 유언장에서까지도 남북한 아이를 사랑하신 선생님. 자신의 마지막 재산을 북한아이들에게 쓰신 선생님. ‘남북한이 서로 미워하거나 싸우지 말고 통일을 이뤄 잘 살았으면 좋겠다.’는 유서가 저의 마음 깊숙이 자리 잡은 것 같아요. 우리나라가 통일 될 때까지 선생님의 유언을 생각하며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

10대 때부터 결핵, 늑막염, 폐결핵, 신장결핵, 방광결핵을 앓았다고 들었어요. 젊었을 때부터 이렇게 편찮으셨다니. 그러면서도 그렇게 아름다운 글을 쓰셨다니 놀랍기만 합니다. 돌아가시는 순간에는 신장에서 피가 쏟아져 나오고 송곳으로 찌르는 듯한 그런 고통까지 겪으면서도 끝까지 우리를 위해 ‘랑랑별 때때롱’ 동화를 지어주셨습니다. 선생님 감사합니다.

저는 졸업하기 전까지 선생님의 작품을 모두 읽어보려고 해요. 우리 학교 도서관에는 ‘권정생  문학코너’가 따로 있거든요. 그 곳에는 선생님의 작품이 모여 있답니다. 선생님의 모든 꿈과 인생이 담긴 작품들을 하나하나 읽어 보겠습니다. 그리고 자신보다는 남을 칭찬하고 배려하시는 그 마음을 본받겠습니다.

 제 꿈은 아나운서예요. 다음에 제가 멋진 아나운서가 되면 선생님 추모일을 기념해서  “특집, 권정생 선생님”이라는 제목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선생님의 기사와 작품을 전하고 싶어요.

하늘나라에서는 저희 걱정 하지 마시고 편히 쉬세요. 시간 날 때마다 빌뱅이 언덕에 찾아갈게요. 안녕히 계세요.

 


2010년 5월 11일

일직초등학교 6학년 황수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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