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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정생문학해설사 양성과정

몽실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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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손봉금 댓글 0건 조회 1,565회 작성일 12-08-27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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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실 기행

11월12일, 예정되었던 몽실 기행 답사에 준비도 없이 동행을 허락하고는

풍선에 바람 넣듯 마음 안에 생각을 꽉꽉 채우니

눈은 더 초롱초롱 해진다.

세상과의 만남에서 내 안의 나를 만나게 되는 시간이건만 미지의 세계

어느 날 우연히 아주 우연히 권정생 선생님의 흔적을 만나고

가슴에 새겨진 구겨진 그리움을 다림질 할 수 있는 하루이길 정리해 본다.

새벽이다.

눈물 같은 습기 옷깃을 여미게 한다.

둥당거리는 내 모습에 입 맞추고 돌아서는 밉지 않은 안개비, 신선하다.

답사라고는

그 집 하인이 되더라도 삶 속에 들어가 보고 싶어서 고택을 찾고

서원에서는 공부하는 유생도 되고 팠지.

곱게 늙은 절 집, 자연스런 기둥에 반해서, 때론 달 밝은 밤 탑돌이 하면서

정분나는 여인네가 되고 싶기도...

떠남을 즐기고 문답이 없는 혼자만의 기행을 가지다 보니 왁자한 무리에는 속하지 못하고 맹숭맹숭하기만 하다.

권정생 선생님!

책의 작가로서만 만나고 심취하지 못했음에 아린 후회가

더욱 차분하게 하는 지도 모르겠다.

부지런히 달렸나 보다. 수정동 사람이 살지 않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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껍데기만 보건만 그래도 그래도 선생님의 채취를 만난 듯 가슴 두근거림은

여름 동안 붉게 수놓았을 넝쿨 장미가 먼 길 힘들지 않았냐구 인사에 대신 한다

고샅길  막다른 골목에 얇은 어깨 추스르며 재봉기 상회 출근하시는 모습,

사람은 누구나 사랑을 느꼈을 때만이 외로움을 느끼는 것이라고 삼일교회 앞에서

말씀하시던 모습에 내가 명자이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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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이라는 기차와 현실이라는 철로 이탈할 수 없음을 알고 있으면서

얽힌 실타래를 풀 듯 또 다시 이길 더듬지 못 할 것 같은

 선생님이 가셨던 길 확인 작업에

계단을 오르고 언덕을 내려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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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분도 병원 신장 제거 후 방광까지 들어내는 수술을 한 탓에

 소변 주머니를 달고 사셨다는 고통도 미루어 짐작할 뿐...

카톨릭 센타가 보이는 건물, 담쟁이 넝쿨이 부산의 가을을 이야기 하는데

재단 사무장님 두 담벼락에 기대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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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맞다 꼭!

일행 중 길바닥에 누워 아버지 정씨를 자청했다. 그 모습에 까르르 넘어 갔지만

그 절박한 심정이 웃음 뒤로 전해 왔다

아침 일찍부터 몽실이가 되어 보자고 따라 나선 답사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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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동 살던 집, 동화 미싱 자리, 삼일 교회, 계몽 서적이 있던 자리, 사십 계단

인문학카페(백년어) 헌책방 골목, 근대 박물관, 몽실 언니의 무대인 메리놀 병원을 지나 국제시장...

하루가 벅차다 선생님은 몇 년을 오갔을 텐데 우린 몇 시간에 돌아 보았고

당돌한 절박함도 다음에 다음으로 익사 시키고

별빛이 아롱아롱 물기 가득 머금고 몽실의 눈으로 흔들리며 내려오는 것이 아니라

세상살이 서툴러 오지랖만 넓힌 것이 아닌가 하는 자책이

엉성한 답사자를 보듬어 준다.

벌써 남안동 인터체인지이다

언제나 그러하듯이 돌아오는 길은 적당한 피로와 자신에 대한 만족감이 어우러져

노곤해 지는 것 같다

어둠이 새까만 차창에

저 멀리 빌배산 빌뱅이 언덕에서 선생님은 씨앗을 잉태한 범부채 열매를 보듬고 계신 모습으로

답사길 돌아오는 우리를 향해 손 흔들어 주고 계셨다

그 빌뱅이 언덕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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