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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정생문학해설사 양성과정

한티재 하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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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태경 댓글 0건 조회 2,057회 작성일 12-04-12 0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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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이던가, 늦은 저녁 안동 주부문학 모임이 아동 문학가 권 정생 어린이 문화재단에서 있었다. 저녁요기를 때를 놓친 선배님 두 분이 자장면을 시켜 드시고 계셨다.

그릇의 절반도 비우시지 못하고 젓가락을 내리시려다  마침 권정생 선생님 사진도 벽에 떡하니 걸린지라

“이 음식 남기면 선생님이 포시랍다고 욕 하실라, 마저 먹으시더”하니

“오늘은 양이 좀 많이 왔니더 카시더 마” 하시면서

선생님이 쓰신‘한티재 하늘’을 권하셨다. 한티재는 큰 고개라는 우리말이란다.

 

그 재에 사연을 안고 눈물로 넘은 민초들의 이야기인 이 소설은 빠져드는 강한 흡인력을 가지고 있다. 읽고 나면 그냥 한티재가 아니고 왜 하늘이라는 단어를 더 넣어‘한티재 하늘’이 되었는지 이해가 된다.

옛날식 이름과 나오는 수 많은 인물들의 평생이야기이기에 초장은 난해하지만 한 동네의 집집의 내막을 알아가는 맛도 쏠쏠하였다. 귀에 익숙한

“어맴요 ,아뱀요, 액시요, 데럼요, 아이시더, 그르게시더, 없잖니껴,배깥에 나가보라,

달라 빼 온기제,안 사이께네 딴 데 가 보이소, 여게 어짼일로 왔노 ,

 에미 생각 쪼맨치라도 한다면 그른 말 어디라고 함부러 한다드노,

집이 어데이껴, 저짝 모팅이 큰 집이시더, 저릏게 길을 널쿠마 번개긑이 싸게 가는 차가 온다제” 하는 정다운 안동 사투리가 눈과 입에 착착 감긴다.

안동 토속어도 실감나게 눈과 귀로 와 닿는다.

진저리나게 겪은 구한말 시대배경은 우리들의 증조 할아버지 할머니들의 쪼골쪼골한  모습이었다,

배고픔, 헐벗음, 베짜는 고단함, 소작일, 서러움, 밤이면 이불을 덮어쓰고 울지만

원망도 반항도 없이 순종하며 살아가는 한이 많은 사람들이의 이야기라 한귀절 한귀절

눈물이 투둑 떨어진다. 남편의 귀가가 늦어지는 밤, 옷섶으로 눈물울 닦다가 감정에 겨워 손등으로 눈물을 훑는다.

감정도 리듬을 타 눈물이 마구마구 흘러 감정을 못 추스르는데 현관문을 열고 들어서는 남편은 이런 내 모습을 보고 큰일 생긴 줄 알고 놀란다,

왜 하필 이런 감정승화 시간에 맞춰 들어 오는지 멋쩍기만 하다.

 

소설의 테두리는 돌음 바우골의 조석과 분들과 식구들과 삼밭골 수동댁과 딸 정원이가 막을 연다.

그리고 이책에는 권 정생 선생님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남자라고 하신 각설이 동준이가 나온다. 권 정생 선생님이 아름다운 청년 동준이일수도 있다.

그의 피리,얼레빗, 참빗에서 선생님도 그것을 주고 싶던 여인이 있지 않았을까 싶다.

이 책에는 순박하고 두메 산골의 산짐승과도 말이 통 할것 같은 심성 고운 사람들만 나온다, 숨어들었던 우구치 골짜기를 떠나 만삭이 된 배를 헐떡대며 앞장서서 걷는 이순이 ,따라오는 장득이. 울컥울컥 속이 치받히는 이순,

나는 이 장면에서 한참을 있었다, 왜 였을까, 친정 아버지 어머니의 모습이 겹쳐져서 일까?

하룻밤 재워 주는 동네의 인심도 이리 징할 수없다.
그러나 한 사람! 억장 무너지는 일을 많이 당하여 조금씩 조금씩 심사가 뒤틀려 가고 며느리를 탈 잡는 분들네가 있다.

분들네의 모습은 우리 주위에서도 자주 볼 수있다. 하지만 문둥이가 된 재득이에게 쏟아붓는 모성에 어찌 미워할수 있는가?

분들네가 한 말 중에“미운 파리 치는데 왜 이쁜 파리가 죽제”하는 말이 있다

왜 한티재에 하늘이 들어 갔는지 생각 해 볼 수도 있다.

 이 소설의 끝은 ‘1937년 정축년 가을도 점점 깊어간다’로 끝을 맺는다.

 

일본으로 간 장득이 형제와 꿋꿋하기만 하던 그래서 더욱 가슴 아팠던 만삭의 가엾은 이순이, 서억의 아들 수식이의 삶이 궁금하기 그지 없다.

실겅이가 종살이 간 참봉댁 동학 믿던 이름도 예쁜 은애마님의 앞날도 어찌 펼쳐질까 상상 해보지만 아쉽게도 한티재 하늘은 여기서 끝이다.

오월이 달옥이에게 도망가라며 신발을 벗던 장면 ,서억이 의병으로 죽은 아버지 무덤을 찾으러 나설때 따라나선 이석, 어찌 그리 서럽던지,

귀돌이와 분옥이가 서로를 그리고 애끓는 마음.

모두들 내 옆의 오래된 그리움 덩어리같이 느껴진 이 책,모두들 해피엔딩으로 그들의 자손들이 평범하게 살아가길 바라며 한티재 하늘을 그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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