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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정생문학해설사 양성과정

슬픈 나막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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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태경 댓글 0건 조회 2,132회 작성일 12-01-28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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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이네 집 앞은 우물가이다 .끼니 때가 되면 동네 아주머니들은 쌀을 씻고 머리를 감고 수다를 떤다.

조선 아주머니들로 몸베를 입고 있었지만 머리만은 모두 쪽을 쪘다.

청송댁은 초하루와 보름마다 깨끗한 정화수를 떠다 놓고 손으로 비비며 빌었다. 조선말로 무엇이라 중얼거렸지만 준이는 하나도 알아듣지 못했다. 일본이 꼭 이기게 해달라고 외치듯이 말하고 다니는 카즈오네 어머니와 조용히 남모르게 일본이 지게 해 달라고 비는 자기집 어머니의 마음을 어떻게 가늠해야 하는지 몰랐다. 137page 

 준이는 권정생 선생님의 유년시절 모습이다. 상고 머리를 한 모습과 남편을 쫒아 일본이 어디인지도 모르고 배를 탄 청송댁도 만날수 있다.

바느질 하는 청송댁 옆에서 1전을 받아들고 미치코와 시장에 나가 시장구경과 장을 보는 모습에서 전쟁중이지만  나름 가정이라는 울타리가 쳐져 있다.

권정생 선생님은 글 머리에 장편으로 처음 쓴 글이고 글쓰기 공부를 제대로 못해 좀  부끄러운 글이라 했지만  전쟁이 주는 폐허를 담담히 그리고 있다. 그리고 선생님의 작품에서 나타나는 여러 경험의 시작을 알 수있어 좋았다.

 여덟살 전후로 겪은 두번의 전쟁 중 하나인 태평양 전쟁. 여름인데도 방공모를 쓰고 옷을 입은채 잠자리에 드는 어린시절의 모습. 됴쿄 혼마치 빈민가 아이들은 골목에 나와 떠들며 싸우다가 헤어지고 다음날 다시 어울려 노는 모습. 독서를 좋아하고 깔금했던 성격을 느낄 수있었다.

 

 아이들과 어른들은 조선사람  일본사람 구별도하면서 더러 서로 위하기도 한다. 

 이 책에는 준이 둘째형 걸이가 나온다. 걸이는 아침해가 환히 뜨는 조선을 빼앗긴 것도 억울하고 원통한데 일본을 위해 용감히 싸울 수 있을까 고민한다.

걸이는 일본을 위해 싸우는 것이 아니다. 자신을 위해 싸우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걸이는 부끄러운 일장기를 흔들며 입대한다. 나라잃은 서러움을 느끼게 하는 대목이다.

 권정생 선생님께 훗날 약과 카테타를 사 보내주고 미야자와 겐지 시집을 보내주는 형이라 짐작하니 먹먹하다.

어느 일요일 아침. 용이, 준이,카즈오와 미치코,하나코 ,에이코는 신쥬쿠에간다. 가난한 동네아이들의 꿈나라인 백화점과 전차를 보러 간다. 좀 어리버리하지만 심성이 고운 분이만 빼고 간다. 유년시절 선생님 집앞에서 훌적이며 운 경순이를 말하는 것 같다.

우여곡절끝에  구경하고  돌아오는 길을 잃어버려 눈물 콧물 흘리고 있을때 일본인 아줌마가 다가와 가락국수를 사 준 후 경찰서에 데려다 주는 대목이 있다.

경찰의 연락을 받고 가장 먼저 인력거를 타고 온 하나코엄마, 자기 딸만 태워 가 버린다. 두번째 온 카즈오네 형 히로시, 자기 동생만 쏙 데리고 간다.

그리고 우리의 형 걸이는 자전거에 미츠고와 에이코를 태우고 용이와 준이를 걸려서 데리고 가며 카라멜도 사 준다. 이 대목에서 준이가 보여주는 행동. 그리고 일본사람 조선 사람 편을 가르는 것이 아닌 강자와 약자가 아닌  사람나름의 모습이다.

그리고  이 책에는 조금 쉰듯한 목소리를 가진 하나코, 엄마는 일본인 아빠는 조선 사람이며 이들은 마악밀매를 한다. 하나코를 입양하여 공을 들여 키우다가 결국은 버리게 된다.

그러면서하나코의 꿋꿋해지는 모습을 볼수있다 키누요와의 우정도 끊어지지 말기를 바란다.

누런 금니를 드러내고 잘 웃는 용이 엄마,라디오에서 조선 노래가 어쩌다 흘러 나오면 달려와 눈물을 흘리며 향수와 나라없는 서러움을 달래던 호남댁은 어쩌다가 여기까지 흘러 든 것인가?  둔한 머리에 어머니는 술장사. 아버지는 노무자인 호남댁 딸  분이, 준이한테 거부 당하자 부채과자를 주머니에 넣고 와드득 부셔 버리는 장면에서 웃음이 나왔다. 분이 심정을  왜 모르겠는가 병든 아버지를 간호하며 하나코와 준이곁을 맴돌던 에이코. 결국 가난으로으로 죽는다. 전쟁이 주는 가장 큰 피해는 어린이와 여자에게 가장 먼저 다가서는 그림자이다.

그리고 미치코. 더운 여름날 강아지 메리를 개잡이 아저씨한테서 보호 하기 위해 등에 업고 누더기를 덮어 씌운 채  온종일 고무줄을 한다. 결국 메리는 더위를 먹고 똥을 싸며 죽게 된다. 전쟁속에서도 변함없는 동심과 일본인 조선인을 구분하지 않고 사람과 사람으로 대하는 모습, 방공호 앞에 돌 아궁이를 만들어 솥을 걸어 놓고 밥을 하는 장면. 매운 불티가 날아다니는 곳.그 곳에서도 사람사는 정이 있다.

준이는 어머니의 얼굴을 쳐다 봤다. 고운 주름살에 덮힌 무던한 얼굴이 카즈오네 어머니나 하나코 어머니처럼 모나지 않는다. 오래 씹을수록 고소해지는 술지게미맛처럼 어머니의 얼굴이 다정스럽다.

어쩌면 조선 사람과 일본 사람이 다르다는 것이 이런건지 몰라 page84.

이대목은 일곱 여덟살의 권정생의 생각이다.

 

혼마치는 폭격으로 불바다가 되고 비 오는 날 준이는 전쟁에 나간 걸이 형을 그리워 한다. 무엇 때문에 전쟁에 나간 것인지왜 일본을 위한다는 이름으로 나갔는지 되짚으며 말이다. 

 

권 정생 선생님은  해방이 되어 기차칸으로 떠밀려져 조선땅을 밟게 된다. 다시 한국 전쟁이 터져 사상에 갈등하는 동네사람들을 보았던 어린 시절과 일본에서의 지붕까지 날아들던 비행기 굉음의 기억이 잠 못 들게 한다. 

불행한 일도 많았지만 행복했던 일도 많았다고 회고 하신 삼베치마 동시집 글머리처럼  이 책은 권정생 선생님의 유년시절의 몸과 마음의 기억을 알아보는 책이었다. 몽실 언니 부산 기행처럼 일본 혼마치 골목도 인연이 된다면 둘러 보고 싶다 . 

안동 MBC 에서 작년 오월 권정생 선생님 다큐를 했을때 안 상학 선생님이 일본 혼마치 골목에서 슬픈 나막신의 자취를 찾는 장면이 있었다. 유품 전시관 사무실에 있던 나막신을 쓰다듬어 본 적이 있다.

조선사람 가엾다/ 어째서냐 말하면 /어젯밤 지진에/ 집이 모두 납작꽁/ 모두모두 납작꽁//

일본사람 가엾다/ 어째서냐 말하면/ 어젯밤 지진에/ 집이 모두 납작꽁/ 모두모두 납작꽁//

내 귓가로 흙먼지 이는 골목에 일본아이 조선아이 편을 갈라 맞서서 부르는 고함소리가  들려온다.

책을 덮으며 선생님이 왜 그리 평화를 갈구 하셨는지 이해가 된다. 그리고 유니세프 친선대사였던 구로야나기 테츠코의 토토의 눈물이라는 책도 떠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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