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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료식 후기 - 불혹을 거부하며

이경순 0 1,376 2011.12.02 22:38

불혹(不惑)을 거부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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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흔 생애 흐르는 물처럼 작고 미미한 것, 나약한 것에 정성을 기울이셨던 권정생. 그를 오늘 내 안에 들였다. 스무 명의 오래된 듯한 동무들도(예비 해설사)함께 얻어 외롭지 않을 것 같다. 열 두 번의 교육과 독서로 만난, 지순한 성정과 맑은 영혼을 담은 선생님의 글은 남은 생애 어떤 모습으로 살아야 하나?’ 끊임없이 스스로에게 질문하게 만드는 생동감이 있다.

 

정의로운 세상을 꿈꾸는 상임이사님의 축사와 사려 깊은 사무총장님의 사회로 진행된 수료식 말미에 쌤들의 소회(所懷)와 각오를 실은 한 분 한 분의 말씀마다 가슴을 울려 주었다. 평생 일곱 장이 인생의 숙제라면 이제 겨우 한 장 해서 제출한 느낌이다. 그래도 선생님은 숙제 잘했다고 상까지 주셨다. 핏빛 장미 한 송이, 생명과 같은 만 냥(농촌사랑 해피머니(happy money)). 이것은 약자이기 때문에 아름다운 자연을 빼앗기고 다치기만 한 어린이들의 미래를 안타까워하며 주고 간 그 분의 목숨이 아닐까. 어떻게 써야 값지게 쓸까 생각하며 오늘 나도 어린이마냥 진정 해피하고 싶다. 수료식 후에 자축한 뒤풀이도 즐거웠다.

 

고통의 극한에서 선생님이 되뇌었던 동화 속 경순. 강자들끼리의 전쟁에게 엄마아빠를 빼앗기고 바보같이 착하기만 한 모자랐던 아이, 늙어가며 외로웠던 선생님 가슴 속에 어린이로 오롯이 동거하며 더불어 고난을 헤쳐 나오게 해 준 아이이다. 같은 이름을 가진 나도 많이 모자란다. 사람들과 생명체들에 대한 사랑과 연민, 배려와 공감이…….

 

앞으로 심화과정을 거친 후에 권정생 선생님에 대한 그 무엇을 해설하지 않으련다. 다만 삶의 본질에 대해 고뇌하는 손님들이 찾아오면 우리네 삶을 어떤 모습으로 다듬고 가꾸어 갈지에 대한 그의 소중한 가치를 함께 나눌 뿐이다. 지독히 외롭거나 삶이 고달플 때, 그들이 안동 조탑리 빌뱅이 언덕에서 바람에 흔들리는 들꽃을 보고 하늘 우러러 맑은 공기를 마시며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까한 번 생각하고 간다면 그것으로 족할 일이다.

 

괴로운 영혼에게 예수를 다시 가르쳐 준 사람, 강퍅한 마음 문을 두드려준 권정생 선생님, 먼 그 나라에 일처다부제 천국이 있다면 숫총각 권쌤과 멋지게 살고 싶다. 불혹 후반에 서 있는 나는 오늘 바야흐로 불혹이기를 거부하려한다. 도저히 해맑은 영혼을 소유한 그에게 미혹되지 않을 수 없으니까.

 

쓴 날 2011. 11. 26.

망설이며 묵혔다가 부끄럽게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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