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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쪽 어린이에게 보내는 편지

관리자 0 2,492 2011.03.07 19:38

북쪽 어린이에게 보내는 편지

 

 북남아!

 점심은 먹었니?

 아니, 아침밥은 먹었니? 밥도 죽도 아니고 엊그제부터 내리 굶진않았니, 아가!

 전해듣기로는 먹을 게 없어 굶는 이가 많다는데, 자존심 때문에 아무말도 못하는 건 아니니? 생각할수록 속상해 죽겠구나.

 


 한 쪽엔 음식물 쓰레기가 산같이 쌓이는데, 한 쪽은 굶다못해 죽는 사람까지 생긴다니 어쩌다 우리 형제가 이리됐는지 모르겠구나.

 옛날엔 우리네 여름날 옥수수 몇 자루, 감자 몇 알만 삶아도, 비라도 내리는 날이면 애호박 썰어 넣고 부침개만 부쳐도, 호박닢에 둘둘말아 담너머로 나눠먹곤 했는데, 어쩌다 우리 남북으로 나뉘어 이렇게 오도가도 못하는지 모르겠구나.

 


 북남아!

 혹시 동화작가 권정생할아버지를 아니?

 할아버지가 쓰신〈강아지 똥〉〈몽실언니〉는 읽어보았니? 아니, 그보다 〈곰이와 오푼돌이아저씨〉얘기는 들어보았니? 60년 전, 전쟁 때 강원도 오대산 기슭에서 죽은 곰이와 인민군아저씨 얘긴데, 혹시 읽어보지 못했니?

 그랬을 거야.

 남쪽에서 읽는 책 북쪽에서 못 읽고, 북쪽에서 읽는 책 남쪽에서 읽을 수 없으니까.

 


 북남아!

 이 우유는 권정생할아버지가 보내는 거야.

 할아버지는 3년 전 이미 돌아가셨지만, 할아버지가 쓰신 동화책이 많이 팔려, 그 돈으로 사 보내는 거야.

 할아버지가 돌아가시면서 그렇기 하라하셨거든.

 


 할아버지는 살아생전 맛난 음식도 먹지 않고, 좋은 옷도 입지 않으셨어. 한 쪽에선 춥고 배곯는데 어찌 맘편히 등 따숩고 배불리 먹을 수 있는냐며 호의호식 마다하셨단다. 장가도 들지않고 네 평짜리 오두막에서 평생 혼자 사셨단다.

 전쟁 때 굶주리다 병을 얻어 가족과도 헤어지고, 죽는 날까지 옆구리에 고름주머니 달고 사셨단다. 이 옹물고 아픔을 견디며 우리가 함께 읽을 동화를 쓰셨단다. 그런데 그 동화를 너희들은 읽을 수 없구나.  

 


 강물은 흘러야하듯, 길은 뚫려야하는데

 어느 누가, 그 무엇이 길을 막아, 오도가도 못하는지,

 여우한테 홀렸는가, 귀신이 들렸는가

 뉘에게 덜미라도 잡혔는가, 이리저리 휘둘리며

 정신을 못차리는 사이, 죄 없는 너희들만

고생이 막심하구나. 미안하다, 그저 미안할 뿐이구나, 아가.

 


 북남아!

 간밤에는 요란한 천둥소리와 함께 많은 비가 내렸구나. 지금은 그 곳마져 갈 수 없지만, 몇 년 전 금강산 가는 길에 보았던 잿빛 하늘 아래 민둥산이 눈앞에 떠오르는구나.

 얼마 후면 추석명절도 돌아오는데, 들리느니 물난리 소문뿐이니, 올해도 송편은 커녕 조석끼니나 거르지 않을지, 가슴만 아프구나.

 


 먹을 거 조금 보내면서, 그것도 심부름꾼 주제에 말이 너무 길어졌구나.

 


 북남아!

 우리 서로 만날때까지 부디 살아있으렴, 아가. 할아버지가 마지막 쓰신 동화 〈랑랑별 떼떼룽〉같은 나라에서 함께 살 날을 기다리며……

                              2010년8월13일 남쪽 인천에서,

                               동화작가 강정규 쓰다


(이 글은 재단의 강정규 이사가 우유보내기 희망 출정식에서 낭독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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