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정생 문학과 삶

세상 모든 강아지똥에게 민들레 씨를 . .

저서

빌뱅이 언덕

관리자 0 598 2016.01.22 15:56

아무도 흉내 낼 수 없는 삶!

 

권정생이 동시대인들로부터 존경받는 이유

 

 

 

『몽실 언니』 『강아지똥』을 비롯한 권정생의 동화는 우리나라에서 이미 국민문학의 반열에 올라 있다. 그가 쓴 작품은 어린이뿐만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폭넓은 공감을 얻으며 고전이 되어 널리 읽혀 왔다. 하지만 권정생은 단지 한 사람의 동화작가에 그치지 않는다. 그는 가난하고 병든 자기 몸을 돌보기보다 자연을 사랑하고 약자를 대변하는 일에 온 생애를 바쳤으며 매년 적지 않게 들어온 인세를 거의 쓰지 않고 청빈하게 살다가 전 재산을 가난한 아이들을 위해 쓰라는 유언을 남기고 세상을 떠났다. 그는 결코 유창한 웅변이나 빈틈없는 이론으로 사람들을 설득한 적이 없으나, 삶 그 자체로 사람들을 감동시켰고 동시대인들에게 깊은 존경을 받아 왔다.

 

적지 않은 사람들이 권정생의 산문을 읽으며 문학적 감동 이상의, 일종의 정신적 확장의 충격을 받은 경험을 또렷이 기억한다. 작고 5주기가 되어 창비에서 출간한 『빌뱅이 언덕』은 동화와는 다른 차원에서 우리의 눈을 근본적인 곳으로 향하게 한다. 현재 서점에서 구할 수 있는 권정생의 유일한 산문집인 『우리들의 하느님』(녹색평론사 1996)에 비해 이번 산문집은 분단과 전쟁 시기에 그가 겪은 체험들을 솔직하게 담은 수기가 여러 편 실려 있어 그의 성장 과정과 사상의 뿌리를 잘 헤아릴 수 있다.

 

 

 

등단 이후 발표한 주요 산문 39편과 자전적 에세이 4편 수록

 

 

 

『빌뱅이 언덕』은 모두 3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는 저자의 생애와 가족 관계를 보여주는 자전적인 산문이고, 2부와 3부는 우리 삶과 현실에 대한 성찰을 담고 있는 산문들이다. 2부는 1990~2000년대에 발표된 글들이며, 3부는 1970~1980년대에 발표한 것이다. 1부와 3부에 실린 글 가운데 절반 정도는 1986년에 나왔다가 절판된 도서 『오물덩이처럼 딩굴면서』(종로서적)에 실렸던 내용 중 일부를 권정생어린이문화재단과 출판사가 함께 가려 뽑은 것이다.

 

이번 산문집에서 독자들은 저자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담은 「오물덩이처럼 딩굴면서」 「열여섯 살의 겨울」을 비롯, 저자가 가장 마지막에 발표한 산문 「토종 씨앗의 자리」(2006)부터 가장 오래전에 쓴 산문 「절망 속에서도 감사를」(1975)까지 모두 43편의 귀한 산문들을 만날 수 있다. 맨 뒤 부록에는 책으로 엮이지 않았으나 사장하기에는 아까운 시 7편과 동화 1편을 발굴해 수록하였다.

 

 

 

자연의 맛 그대로인 소박한 산문들

 

 

 

권정생의 산문은 소박하다. 자신이 보고 느끼고 생각한 것들을 꾸밈없이 쓴다. 그 문장 뒤편에는 가난한 삶을 실천하며 벼린 올곧은 정신이 든든하게 버티고 서 있다. 삶과 사상, 문학이 일치한 작가의 생활을 있는 그대로 반영한 산문들은 우리의 마음과 의식을 일깨워 우리 삶을 성찰하게 만드는 힘을 가진다. 일제 식민지, 해방과 분단, 6.25전쟁, 군사독재와 산업화 등 한국의 굴곡진 근현대사를 겪으면서 그의 눈길은 전쟁으로 상처받은 사람들, 문명이 자연을 파괴하는 현장, 도시화 속에 스러져 가는 농촌, 가난하고 고통받는 사람들과 개구리, 참새, 메뚜기, 벌레와 같은 작은 동물에까지 닿는다. 권정생의 산문은 약하고 힘없는 이들을 향한 따뜻한 위로이면서 동시에 전쟁을 반대하고 문명의 횡포와 인간들의 끝없는 욕망을 비판하는 뜨거운 목소리가 된다. 소박한 그의 산문들은 그의 시야가 “인류의 운명과 세계사의 미래를 향해 예민하게 열려 있”음을(염무웅) 잘 보여 준다.

 

 

 

가난한 삶은 떳떳하다

 

 

 

권정생의 사상은 인간과 자연의 공생 관계를 바탕으로 한다. 공생의 균형이 깨지면 세상은 망할 수밖에 없다고 경고한다. 더 많이 차지하고, 더 많이 욕심 부리고, 더 많이 소비하는 우리 사회에 일침을 가하며 내놓은 그의 제안은 자연 속에서 소박하게 살아가는 것이다. 가장 낮은 곳에서 가장 맑은 목소리로 남긴 이 메시지는 인간성의 지속가능성과 인류 문명의 미래를 고민할 때 여전히 깊은 울림을 전한다.

 

 

가난한 삶이란 곧 떳떳한 삶일 것입니다.

항시 남의 겉치장만 따라가다 보면 사람 구실 절대 못 합니다.

민주주의도 가난한 삶에서 시작되고, 종교도 예술도 운동도 가난하지 않고는 말짱 거짓거리밖에 안 됩니다. 자연보호도 가난한 삶에서 비롯됩니다. 하느님에 대한 최대의 순종도, 인간에 대한 최대의 겸손도 가난한 삶이 없이는 되지 않습니다. 결국 정신적 힘 외의 모든 힘이 이 세상에서 추방되었을 때 우리는 진정 가난한 사람이 될 수 있는 것입니다.

―「다시 김 목사님께 1」 중에서

 

 

 

마음 착한 사람들 이야기는 동화가 되어

 

 

 

권정생은 오랜 세월 병고에 시달리고, 집을 나와 거지 생활을 하며 어렵게 살아갈 때 친절을 베풀어 준 사람들을 잊지 못한다고 고백한다. 늙은 소나무가 있는 외딴집의 정다운 노부부, 깡통에 밥을 꾹꾹 눌러 담아 준 점촌 조그만 식당집 아주머니, 가로수 밑에 지쳐 쓰러져 있을 때 두레박에 물을 길어 먹여 주시던 할머니, 뱃삯을 받지 않고 강을 건네주시던 할아버지 들은 작가의 마음속 깊이 남아 그의 동화 속 주인공으로 되살아나기도 한다. 비참하고 기구한 생애 속에서 마음 착한 사람들에게 받은 따뜻한 정은 권정생의 문학세계를 형성하며 작품 속에서 아름답게 살아 숨 쉰다.

 

 

 

그 바보같이 착한 아주머니의 돈은 오랜 세월 잊히지 않고 머리에 남고 가슴에 남아 떠나지 않는다. 그 착했던 아주머니는 훗날 내가 쓰는 동화 속에 자주 등장하여 살아남게 되었다. 어떤 모습이었는지 지금은 그 꼬깃꼬깃 접힌 종이돈을 건네주던 거칠고 무딘 손만이 기억되는 아주머니지만 내게는 살아 있는 천사였다. 「열여섯 살의 겨울」중에서

 

 

 

교회의 잘못을 꾸짖는 기독교 신자로서

 

 

 

권정생은 다섯 살 때 십자가에 못 박힌 예수의 죽음에 관해 처음 듣게 된 뒤로 평생 기독교 신앙을 간직하고 살아간다. 가난하고 약한 사람들과 함께한 예수의 삶을 본받고 싶었던 그는 예수의 가르침에 어긋나는 교회의 모습을 질타한다. 약소국을 침략하고 부자와 강자의 편을 들거나 민족의 전통과 고유문화를 파괴하는 등 교회의 잘못이 눈에 띌 때마다 권정생은 다른 어느 사안에 대해서보다 더욱 엄격하고 신랄하게 이야기한다. 3부에 실린 「김 목사님께」 「다시 김 목사님께 1」 「다시 김 목사님께 2」 들은 교회에 대한 통렬한 비판을 통해 종교인이 지녀야 할 참된 자세를 깨닫게 하는 밀도 있는 글이다. 스스로 교회를 아끼고 예수의 정신을 따르려는 확고한 신념 없이는 이러한 뜨거운 목소리를 내기가 쉽지 않았으리라 짐작해 본다.

 

 

 

가난한 삶에 대한 긍지와 인류의 평화에 대한 염원이 담긴 권정생의 산문집이 오랫동안 독자들에게 읽힐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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